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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본주의 종말’ 둘러싼 다섯가지 시선

등록 2014-12-04 21:01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
이매뉴얼 월러스틴 외 지음, 성백용 옮김
창비·2만원

‘자본주의의 종말’ 자체가 상투적인 말처럼 들리는 지금, 자본주의 체제의 미래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과 진지한 성찰을 담은 책이 나왔다. ‘세계체제론’의 대가인 이매뉴얼 월러스틴, 랜들 콜린스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 마이클 맨 캘리포니아대 엘에이 캠퍼스(UCLA) 석좌교수, 게오르기 데를루기얀 미국 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 교수, 크레이그 캘훈 영국 런던정경대(LSE) 학장이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을 주제로 저마다의 의견을 피력한 책이다.

다섯 학자는 분석도 전망도 서로 달리 하지만, ‘거시역사사회학’이라 부를 수 있는 영역, 곧 “사회권력 및 갈등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마르크스주의 및 베버주의 전통에 폭넓게 영향을 받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교연구”에 디딤발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 쉽게 말해 오늘날의 세계를 다양한 인과관계가 중첩된 거대한 역사적 구조물로 바라보고 분석하려는 태도다.

자본주의 체제가 다른 역사적 체제들처럼 그 수명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월러스틴은 이 책에서도 ‘구조적 위기’를 역설한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의 고유한 특징이 “자본의 끝없는 축적”이라고 본다. 세계 경기가 50~60년 주기로 활황과 불황을 오간다는 ‘콘트라디예프 순환’과 네덜란드에서 영국, 그 뒤 미국으로 이동해온 지정학적 헤게모니는 그런 체제를 작동시켜온 궤적이었다. 그러나 생산비용이 점차 높아지고 모든 유효수요가 바닥을 드러내며 자본의 끝없는 축적은 불가능해지고, 체제는 평형상태로부터 이탈한다. 월러스틴은 이런 파국이 21세기 중엽께 찾아올 것이라고 보며, “우리는 후속 체제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 위기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월러스틴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을 전망한 콜린스의 핵심 테마는 “노동하는 중간계급의 종말”이다. 기계화가 육체노동을 위주로 한 노동계급을 위축시켰을 때, 자본주의는 사무직·전문직·관리직 등 중간계급의 등장으로 구원받았다. 그러나 기계가 중간계급의 노동마저 대체하는 지금, 이 구조적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맨과 캘훈은 ‘종말’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말하는 월러스틴, 콜린스와 달리 “권력의 네트워크”라고 보거나 자본주의 내부의 다양한 작동요소들에 주목한다. “체제의 종말”을 필연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맨은 권력 배분이 좀 더 균등하게 이뤄진다면 “저성장 자본주의”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캘훈 역시 자본주의가 종말하기보단 몇 세대에 걸쳐 알아볼 수 없게 변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논쟁의 전선이 뚜렷한데도 서론과 결론을 공동으로 썼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단일한 선율의 5중주”가 아니라 “대위법의 선율”을 이뤄내려고 노력한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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