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이건범 지음
피어나·1만4000원 민주화 운동, 옥살이, 창업, 파산, 그리고 인생 2막. 30대에 창업해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혁신기업가가 어떻게 40대에 신용불량자가 됐는지를 자전적으로 써내려간 실패의 기록이다. 지은이는 1994년 디지털콘텐츠 기업인 아리수미디어를 세워 황무지를 개척하면서 잘나가는 ‘386 시이오(CEO)’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벤처 열풍이 끝물에 이른 2001년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게 화근이었다. 아리수한글 웹서비스를 매우 싼 가격으로 보급할 생각이었지만, 외부 펀딩을 받으려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매출과 수익을 부풀려야 했다. 당연히 사업계획서 내용이 바뀌었고 돈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게 됐다. 수십억원의 부채를 안은 채 2006년 회사는 문을 닫았고 자신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지은이는 실패 원인을 ‘힘의 노예’로 전락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너네 회사는 코스닥 안 가냐”가 인사말이 됐던 당시의 사회적 광기에 편승해 시장논리에 맞춰 기업을 경영했다. 신불자로 7년을 방황한 뒤 2008년 출판에 뛰어들었다. 시각장애 1급이라 글자를 소리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에 의지했다. 6년 만에 그가 기획한 <좌우파 사전>은 한국출판문화상 저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은이는 연대를 제안한다. 장애연금이 파산자인 자신을 지탱해주었듯이 사회안전망이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