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질문 새로운 답변
조계완 지음/앨피·2만8000원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진앙이 되어 여러 폭발이 일어나고, 채석장에서 수많은 광물들이 쏟아져 나오듯 질문에 대한 다양한 갈래의 답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거인들의 학문적 성취에 대해 ‘지적 채석장’이라는 은유가 자주 쓰이는데, 이런 지적 채석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표현한 묘사다. 노동경제학을 공부해온 조계완 <한겨레> 기자가 쓴 <오래된 질문 새로운 답변>은 경제학 분야에서 거인들이 남긴 지적 채석장에 들어가, 그들이 던진 질문과 답변을 미래지향적으로 되새기는 책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지은이의 주관에 따라 쏠릴 수도 있는 어느 하나의 흐름이나 방향을 타지 않고, 인간·사회·경제를 대상으로 삼은 다양한 지적 채석장들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자유 대 구조·제도’, ‘시장 대 국가·조직’, ‘중앙집중 대 분권화’, ‘사회 대 경제’, ‘집단·계급·세력 대 개인의 합리적 선택’, ‘합리적 이성 대 충동·감성’ 등의 대립구도 속에서 지은이는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어 ‘오래된 답변’을 보여주는 대신, 다양한 주장과 가치들을 더듬으며 ‘새로운 답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래의 시작은 질문이며, 질문의 답은 언제나 복수”라는 태도다. 그렇다 보니 830여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 속에는 애덤 스미스, 막스 베버, 카를 마르크스, 조지프 슘페터, 앨프리드 마셜, 제임스 뷰캐넌, 밀턴 프리드먼, 새뮤얼 볼스 등 일일이 거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학자들의 사유가 이리저리 뒤섞여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게다가 지은이는 이들이 남긴 말들을 섣불리 가공하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직접 인용해 소개한다. 때문에 독자들은 곁에 붙어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 없이 홀로 지적 채석장들을 찾아다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때로 문학작품의 일부를, 때로 작가의 말을 끌어오기도 하는 등 지은이가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감성적인 인문적 글쓰기”는 사회과학이라는 편의적 학문 편제에 갇히지 않은, ‘풍부한 이야기’라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이는 ‘시장·개인·경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주제로부터 ‘민주주의·집단·윤리’, ‘발전·제도·통제’, ‘이데올로기·과학·정치’, ‘역사·지식·행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경제학의 영역을 두루 훑어내린다. 지은이가 세워둔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그 작동원리가 어떻게 충돌하는가, 경제학은 윤리와 정의를 어떻게 포괄하는가, 가족이데올로기는 경제학과 어떻게 연결되었는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개인과는 다른 ‘집단’의 행동 논리를 설명하면서 비정규 노동계급 내부의 갈등과 분화를 지적하는 등 구체적인 생활 세계와 연결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조계완 지음/앨피·2만8000원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진앙이 되어 여러 폭발이 일어나고, 채석장에서 수많은 광물들이 쏟아져 나오듯 질문에 대한 다양한 갈래의 답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거인들의 학문적 성취에 대해 ‘지적 채석장’이라는 은유가 자주 쓰이는데, 이런 지적 채석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표현한 묘사다. 노동경제학을 공부해온 조계완 <한겨레> 기자가 쓴 <오래된 질문 새로운 답변>은 경제학 분야에서 거인들이 남긴 지적 채석장에 들어가, 그들이 던진 질문과 답변을 미래지향적으로 되새기는 책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지은이의 주관에 따라 쏠릴 수도 있는 어느 하나의 흐름이나 방향을 타지 않고, 인간·사회·경제를 대상으로 삼은 다양한 지적 채석장들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자유 대 구조·제도’, ‘시장 대 국가·조직’, ‘중앙집중 대 분권화’, ‘사회 대 경제’, ‘집단·계급·세력 대 개인의 합리적 선택’, ‘합리적 이성 대 충동·감성’ 등의 대립구도 속에서 지은이는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어 ‘오래된 답변’을 보여주는 대신, 다양한 주장과 가치들을 더듬으며 ‘새로운 답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래의 시작은 질문이며, 질문의 답은 언제나 복수”라는 태도다. 그렇다 보니 830여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 속에는 애덤 스미스, 막스 베버, 카를 마르크스, 조지프 슘페터, 앨프리드 마셜, 제임스 뷰캐넌, 밀턴 프리드먼, 새뮤얼 볼스 등 일일이 거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학자들의 사유가 이리저리 뒤섞여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게다가 지은이는 이들이 남긴 말들을 섣불리 가공하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직접 인용해 소개한다. 때문에 독자들은 곁에 붙어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 없이 홀로 지적 채석장들을 찾아다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때로 문학작품의 일부를, 때로 작가의 말을 끌어오기도 하는 등 지은이가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감성적인 인문적 글쓰기”는 사회과학이라는 편의적 학문 편제에 갇히지 않은, ‘풍부한 이야기’라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이는 ‘시장·개인·경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주제로부터 ‘민주주의·집단·윤리’, ‘발전·제도·통제’, ‘이데올로기·과학·정치’, ‘역사·지식·행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경제학의 영역을 두루 훑어내린다. 지은이가 세워둔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그 작동원리가 어떻게 충돌하는가, 경제학은 윤리와 정의를 어떻게 포괄하는가, 가족이데올로기는 경제학과 어떻게 연결되었는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개인과는 다른 ‘집단’의 행동 논리를 설명하면서 비정규 노동계급 내부의 갈등과 분화를 지적하는 등 구체적인 생활 세계와 연결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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