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사의 탄생
정의길 지음/한겨레출판·2만원 제2차 세계대전 뒤로도 전쟁은 끝없이 계속됐고, 대부분의 전쟁은 중동, 이른바 ‘이슬람권’에서 일어났다. 국제전뿐 아니라 내전, 내란, 소요, 테러까지 넓은 의미로 전쟁에 포함시킨다면 그 범주는 더욱 넓다. 지난해에는 이라크,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세를 불린 ‘이슬람국가’(IS)가 무차별한 테러와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길 <한겨레> 기자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미국 등 서방 사이에 반복되는 전쟁 상황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만한 ‘비대칭 장기 국제전’이라고 보고, 중동 현대사를 관통하며 이 전쟁의 기원과 진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해준다. 대개 1948년 서방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건국은 중동 분쟁의 시작으로 꼽힌다. “‘아랍 대 서방 및 이스라엘’의 투쟁 구도에,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권위주의 정권 대 민중’이라는 투쟁 구도가 추가”되면서 미로 같은 중동 현대사가 펼쳐지는데, 지은이가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발전 과정이다. 이스라엘과 서방 세력에 대항한 전쟁과 패배는 이슬람권 곳곳에서 이슬람주의 운동을 키웠고, 이슬람 내부의 세속주의 근대화 정권들은 대중의 지지를 잃고 독재정권으로 흘렀다. 사이이드 꾸틉이 쓴 이슬람 혁명 선언문인 ‘진리를 향한 이정표’는 ‘지하드’(성전)의 개념을 새롭게 발전시켜 들끓는 이슬람주의가 무장 세력화로 나아가는 데 밑받침을 놓았다.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무대는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다. 10년 동안 지속된 이 전쟁에서 소련에 맞서는 토착민들은 ‘무자헤딘’(전사)으로 거듭났고, 각국의 이슬람주의 청년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스스로 무자헤딘이 되었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조직 알카에다는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슬람주의 세력의 영웅이었다. 미국은 이들에게 무기와 전투 기술을 지원해,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발전하는 데 후원자가 됐다. 소련의 철군으로 끝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냉전 구도의 해체로 이어지는 한편 새로운 국제 질서를 예고했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각종 테러 활동으로 미국과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부른 걸프전은 이슬람권 내부 분쟁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2001년 9·11 테러와 이를 근거로 시작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처럼 새로운 국제 질서의 정점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시작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전쟁 등은 결과적으로 중동에 더 큰 혼란과 분쟁을 가져왔고, 이는 ‘이슬람국가’와 같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힘을 더욱 키우는 양분이 됐다. 2010년 중동 곳곳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민주화 투쟁은 잠시 ‘아랍의 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이제 ‘지하디스트의 봄’으로 바뀌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정의길 지음/한겨레출판·2만원 제2차 세계대전 뒤로도 전쟁은 끝없이 계속됐고, 대부분의 전쟁은 중동, 이른바 ‘이슬람권’에서 일어났다. 국제전뿐 아니라 내전, 내란, 소요, 테러까지 넓은 의미로 전쟁에 포함시킨다면 그 범주는 더욱 넓다. 지난해에는 이라크,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세를 불린 ‘이슬람국가’(IS)가 무차별한 테러와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길 <한겨레> 기자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미국 등 서방 사이에 반복되는 전쟁 상황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만한 ‘비대칭 장기 국제전’이라고 보고, 중동 현대사를 관통하며 이 전쟁의 기원과 진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해준다. 대개 1948년 서방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건국은 중동 분쟁의 시작으로 꼽힌다. “‘아랍 대 서방 및 이스라엘’의 투쟁 구도에,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권위주의 정권 대 민중’이라는 투쟁 구도가 추가”되면서 미로 같은 중동 현대사가 펼쳐지는데, 지은이가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발전 과정이다. 이스라엘과 서방 세력에 대항한 전쟁과 패배는 이슬람권 곳곳에서 이슬람주의 운동을 키웠고, 이슬람 내부의 세속주의 근대화 정권들은 대중의 지지를 잃고 독재정권으로 흘렀다. 사이이드 꾸틉이 쓴 이슬람 혁명 선언문인 ‘진리를 향한 이정표’는 ‘지하드’(성전)의 개념을 새롭게 발전시켜 들끓는 이슬람주의가 무장 세력화로 나아가는 데 밑받침을 놓았다.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무대는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다. 10년 동안 지속된 이 전쟁에서 소련에 맞서는 토착민들은 ‘무자헤딘’(전사)으로 거듭났고, 각국의 이슬람주의 청년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스스로 무자헤딘이 되었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조직 알카에다는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슬람주의 세력의 영웅이었다. 미국은 이들에게 무기와 전투 기술을 지원해,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발전하는 데 후원자가 됐다. 소련의 철군으로 끝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냉전 구도의 해체로 이어지는 한편 새로운 국제 질서를 예고했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각종 테러 활동으로 미국과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부른 걸프전은 이슬람권 내부 분쟁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2001년 9·11 테러와 이를 근거로 시작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처럼 새로운 국제 질서의 정점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시작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전쟁 등은 결과적으로 중동에 더 큰 혼란과 분쟁을 가져왔고, 이는 ‘이슬람국가’와 같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힘을 더욱 키우는 양분이 됐다. 2010년 중동 곳곳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민주화 투쟁은 잠시 ‘아랍의 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이제 ‘지하디스트의 봄’으로 바뀌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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