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디지털 무의식’까지 조종하는 신자유주의 통치술

등록 2015-03-05 20:24

심리정치-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1만1000원

오늘날 사람들은 각종 기기들을 자신의 몸에 매달고,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한다. 거대한 디지털 세계는 모든 새로운 것들이 창출되어 나오는 보고처럼 보인다. ‘빅데이터’ ‘스마트폰’ 같은 이름 짓기가 말해주듯 그 체계는 너무나 똑똑해서, ‘나’의 물질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 더 나아가 무의식까지도 파악할 정도다. 사람들은 이런 신세계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나보다도 더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정도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아예 ‘다타이즘’(데이터주의)을 “새로운 철학”이라고까지 불렀다.

<피로사회> 등의 저작으로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는 새 책 <심리정치>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해 또다시 번득이는 진단을 내놓는다. ‘규율사회로부터 성과사회로의 전환’, ‘자신이 자유롭다고 여기는 성과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체제’, ‘부정성이 아닌 긍정성으로 작동하는 권력’ 등 주된 줄기들은 여전히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은이가 새롭게 집중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는 ‘몸’이 아닌 ‘심리’에서 새로운 생산력을 찾아냈다”는 테마다. 무궁무진한 듯 보이는 디지털 세계는 신자유주의 심리정치가 펼쳐지는 장이다. 지은이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규정하는 것은 비물질적이고 비육체적인 생산 형식”이라며 “이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과거와 달리) 신체적 저항의 극복이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과정의 최적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의 통치성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깊게 파고들었던 이로 단연 미셸 푸코(1926~1984)를 꼽을 수 있다. 지은이는 푸코가 신자유주의 통치성 분석을 시도하면서도 규율사회에 해당하는 ‘생정치’(생명정치) 개념에 입각해 생물학적인 몸, 곧 ‘신체’에 대한 논의에 머물렀다는 점을 비판한다. 자유와 착취를 연결시키는 핵심 열쇠는 인간의 심리를 움직이는 통치술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앞서 말했듯 인간의 노동력뿐 아니라 인간 자체를 착취하게 된 비물질적인 생산양식의 대두다. 빅데이터를 앞세워 인간의 ‘디지털 무의식’에까지 접근할 수 있는 자본은 인간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의식하기도 전에 그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끊임없이 데이터로 측정되고 분석되는 인간은, 이제 그 자체로 착취 자원이 된다. 미술가 제니 홀저가 만든 유명한 문구,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는 이런 디스토피아를 고발하는 절규다.

자유가 착취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해야 온전한 자유를 찾아낼 수 있는가? 잠언처럼 직관적인 말들을 앞세운 지은이는, “측량할 수 없는 이단아, 바보가 되라”고 말한다. 질 들뢰즈가 1995년 ‘침묵의 정치’를 선언했듯, 고독의 공간 속에서 침묵하는 바보만이 커뮤니케이션과 의사 표현을 강요하고 ‘순응’을 압박하는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