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운명을 거스르는 이론
로베르트 웅거 지음, 추이즈위안 엮음
김정오 옮김/창비·4만원 미국 ‘비판법학’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가장 심대한 수준에서 사회 변혁 이론을 모색해온 브라질 출신의 하버드 로스쿨 교수 로베르토 망가베이라 웅거(69)의 대표 저서가 국내 출간됐다. 웅거는 1970년대에 태동한 ‘비판법학’ 운동의 창시자로 꼽히며, 브라질 현실정치에도 깊이 관여해온 실천적 지식인이다. 그의 대표저서는 <사회이론> <허위적 필연성> <조형력을 권력 속으로> 등으로 이뤄진 <정치> 3부작인데, 이번에 국내 출간된 책은 중국의 대표적 신좌파 지식인인 추이즈위안 칭화대 교수가 이를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웅거는 인간 존재의 조건으로부터 사회의 구조적·제도적 변혁에 대한 이론까지 거의 모든 인간·사회의 문제를 총망라하는 논의를 펼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사회이론’이라고 부르는데, 그 핵심에는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는 인간이 상상하는 ‘인공물’인데, 자유주의, 사회주의 등 일단 정립된 사회사상이 인간으로 하여금 기존 사회구조를 필연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웅거는 이처럼 역사를 법칙으로 고착하는 사회이론을 ‘심층구조 사회이론’이라 부르며 이를 극복하려는 모색을 펼친다. 심층구조 사회이론의 대칭점에는 경험적인 방법론을 앞세우는 ‘실증주의 사회과학’이 있다. 이 역시 웅거에겐 극복의 대상이다. 실증주의 사회과학은 인간의 일상적 삶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제도·상상적 구조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무비판적인 굴종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웅거는 제도와 구조를 좀 더 느슨하고 개방적으로 만들어 인간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인간의 의지”로서 “부정의 능력”이다. 웅거는 국내판 서문에서 “한국 역시 브라질처럼 미국식 사회과학을 복제하거나 위축된 마르크스주의에 다가서는 등 두 가지 학문적 문화가 지식인들을 인도하고 있는데, 이 두 종류의 학문적 문화의 평화적 공존은 지적인 삶에서 극복해야 할 적”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따라야 할 확정된 제도적 공식이 있다는 생각에 현혹돼선 안된다는 충고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로베르트 웅거 지음, 추이즈위안 엮음
김정오 옮김/창비·4만원 미국 ‘비판법학’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가장 심대한 수준에서 사회 변혁 이론을 모색해온 브라질 출신의 하버드 로스쿨 교수 로베르토 망가베이라 웅거(69)의 대표 저서가 국내 출간됐다. 웅거는 1970년대에 태동한 ‘비판법학’ 운동의 창시자로 꼽히며, 브라질 현실정치에도 깊이 관여해온 실천적 지식인이다. 그의 대표저서는 <사회이론> <허위적 필연성> <조형력을 권력 속으로> 등으로 이뤄진 <정치> 3부작인데, 이번에 국내 출간된 책은 중국의 대표적 신좌파 지식인인 추이즈위안 칭화대 교수가 이를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웅거는 인간 존재의 조건으로부터 사회의 구조적·제도적 변혁에 대한 이론까지 거의 모든 인간·사회의 문제를 총망라하는 논의를 펼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사회이론’이라고 부르는데, 그 핵심에는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는 인간이 상상하는 ‘인공물’인데, 자유주의, 사회주의 등 일단 정립된 사회사상이 인간으로 하여금 기존 사회구조를 필연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웅거는 이처럼 역사를 법칙으로 고착하는 사회이론을 ‘심층구조 사회이론’이라 부르며 이를 극복하려는 모색을 펼친다. 심층구조 사회이론의 대칭점에는 경험적인 방법론을 앞세우는 ‘실증주의 사회과학’이 있다. 이 역시 웅거에겐 극복의 대상이다. 실증주의 사회과학은 인간의 일상적 삶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제도·상상적 구조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무비판적인 굴종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웅거는 제도와 구조를 좀 더 느슨하고 개방적으로 만들어 인간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인간의 의지”로서 “부정의 능력”이다. 웅거는 국내판 서문에서 “한국 역시 브라질처럼 미국식 사회과학을 복제하거나 위축된 마르크스주의에 다가서는 등 두 가지 학문적 문화가 지식인들을 인도하고 있는데, 이 두 종류의 학문적 문화의 평화적 공존은 지적인 삶에서 극복해야 할 적”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따라야 할 확정된 제도적 공식이 있다는 생각에 현혹돼선 안된다는 충고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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