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화부족의 사회 ★ 히피에서 폐인까지’ 낸 이동연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0·전통예술원)는 오랜 동안 “청년 하위문화의 관찰자”였다. 1996년부터 때로는 거리에서 만난 ‘노는 아이들’의 껄렁한 문화를 경험했고, 때로는 열광하는 인디밴드와 팬덤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거의 10년 동안 숱한 청년문화의 현장을 채록하고 사진에 담았다.
그는 최근 청년이 중심이 된 우리시대 대중문화를 망라해 분석하고 정리한 책 <문화부족의 사회 ★ 히피에서 폐인까지>(책세상 펴냄)를 냈다. 비트, 히피, 보보스부터 인터넷 노마드, 블로거, 폐인, 몸짱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현상과 문화집단에 관한 ‘사전 같은 분석서’다.
이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다양한 문화 주체들이 어떻게 분화하고 있는지, 또 새로운 대안 문화의 가능성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모색하려는 시도”라는 의미를 달았지만, 마음 한쪽엔 크나큰 아쉬움이 하나 남아 있다고 한다. “지방대 교수 시절부터 청년 하위문화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모았던 채록·사진 자료들이 알게 모르게 절반 가까이나 없어져버렸어요. 애초엔 하위문화 현장보고서를 쓰려던 계획은 그래서 포기해야 했습니다. 일부만이 이번 책에 담길 수 있었지만….” 그는 애초 구상이 이뤄지진 못했지만 문화 주체들을 다룬 이번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스타와 이미지를 상품으로 생산하는 ‘문화자본’, 그리고 서울·도쿄·홍콩 등 아시아 도시의 ‘문화공간’을 주제로 해마다 새로운 책을 한 권씩 더 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책의 제목에 담긴 “문화부족”은 그가 만든 말이다. 지금의 문화집단을 설명하기에 ‘부족’이란 말은 매우 적절하다며 새 말의 뜻을 강조했다. “문신·문양의 겉모습과 스타일을 이용해 자기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아프리카 부족들이 그렇듯이, 오늘의 문화부족들도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과시하고 확인하고 그래서 서로 배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집단 내부에선 동질성을 더욱 강하게 이루죠. 인터넷 부족인 디시인사이드나 폐인족, 그리고 인기인 팬덤이 그런 경우입니다. 마니아나 동호인들이 자기 취향에 머물러 있다면, 문화부족들은 사회·정치적 발언에도 머뭇거림이 없어요.”
문화부족을 나타내는 말들은 무수히 많다. 유행처럼 등장했다 이내 사라지기도 한다. 서로 자기 정체성의 영역을 확장하고 세력을 키우려고 다른 부족들과 갈등하며 싸우기도 한다. 그래서 살아남은 부족들은 사회 현상의 상징어로 드러난다. 비트족, 펑크족, 글램문화, 강남·강북족, 인디족, 팬덤 등등…. 복잡한 세상에 문화부족들의 계보학도 점점 더 복잡하다.
이런 문화부족들의 분화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문화는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편으론, 실체도 없고 뿌리도 없는 문화부족들을 상품 전략으로 만들어내는 소비자본주의가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의 다원화와 분화는 크게, 길게 보아 좋은 현상입니다. 그 사회에서 대립과 경계가 허물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질테니까요.” 지금도 우리 문화는 계속 분화 중이다. 그 중심을 이루는 청년문화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교수의 문화현상 관찰작업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된다.
그는 1996년부터 4년 동안 전남 광양의 한려대 교수로 재직하다 재단비리 반대운동과 관련해 해직돼, 99년부터는 최초의 문화운동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창립멤버로 참여해왔으며, 지금도 이 단체의 부설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통 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극복하는 대안의 문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요즘 문화운동 활동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새로운 다중문화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그는 1996년부터 4년 동안 전남 광양의 한려대 교수로 재직하다 재단비리 반대운동과 관련해 해직돼, 99년부터는 최초의 문화운동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창립멤버로 참여해왔으며, 지금도 이 단체의 부설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통 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극복하는 대안의 문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요즘 문화운동 활동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새로운 다중문화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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