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청화백자, 불화와 만나다
강우방 지음/글항아리·1만6000원 이 책은 아름다운 청화백자 한 점에 관한 이야기다. 청화백자, 조선 왕실과 사대부가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희고 푸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여백의 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하고 푸른 남빛의 문양으로 빽빽한 청나라 도자기와는 달랐다. 푸른빛을 내기 위해선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코발트 안료를 아랍에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단아하고 희게 빛나는 미감을 사대부들은 사랑했다. 흰 백지에 시서화를 새기듯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려넣고 보며 즐겼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조선 초기의 한 청화백자(‘청화백자연화국화모란당초문준’)는 국화문양과 넝쿨무늬가 항아리 전체에 가득하다. 조선 초기의 청화백자에 문양이 가득한 것은 드물다. 이게 그저 꽃과 넝쿨무늬 장식일까?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강 원장은 <청화백자, 불화와 만나다>를 통해, 만물의 기가 뻗어나가는 꽃 문양을 ‘영기문’이라고 설명한다. 고려법화경 사경의 ‘꽃넝쿨’ 무늬나 공주 마곡사 괘불탱의 장식 문양 등을 볼 때, 불화에서 흔히 보이는 ‘영기’가 뻗어나가는 형태가 청화백자의 일부 문양과도 흡사한 형태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학설을 떠나, 일반인에겐 아름답고 정교한 푸른 무늬가 도감 가득히 풍성하게 펼쳐지는 모습을 눈호강하는 것만으로도, 옛 선비의 고아한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강우방 지음/글항아리·1만6000원 이 책은 아름다운 청화백자 한 점에 관한 이야기다. 청화백자, 조선 왕실과 사대부가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희고 푸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여백의 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하고 푸른 남빛의 문양으로 빽빽한 청나라 도자기와는 달랐다. 푸른빛을 내기 위해선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코발트 안료를 아랍에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단아하고 희게 빛나는 미감을 사대부들은 사랑했다. 흰 백지에 시서화를 새기듯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려넣고 보며 즐겼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조선 초기의 한 청화백자(‘청화백자연화국화모란당초문준’)는 국화문양과 넝쿨무늬가 항아리 전체에 가득하다. 조선 초기의 청화백자에 문양이 가득한 것은 드물다. 이게 그저 꽃과 넝쿨무늬 장식일까?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강 원장은 <청화백자, 불화와 만나다>를 통해, 만물의 기가 뻗어나가는 꽃 문양을 ‘영기문’이라고 설명한다. 고려법화경 사경의 ‘꽃넝쿨’ 무늬나 공주 마곡사 괘불탱의 장식 문양 등을 볼 때, 불화에서 흔히 보이는 ‘영기’가 뻗어나가는 형태가 청화백자의 일부 문양과도 흡사한 형태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학설을 떠나, 일반인에겐 아름답고 정교한 푸른 무늬가 도감 가득히 풍성하게 펼쳐지는 모습을 눈호강하는 것만으로도, 옛 선비의 고아한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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