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을 설계한 사람들-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영웅들의 이야기
폴 케네디 지음, 김규태·박리라 옮김
21세기북스·2만8000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1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만났다. 이들은 합동참모단과 함께 연합국의 전쟁 목표와 전략을 큰 틀에서 검토했는데, 추축국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선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봤다. 대서양 해로를 장악해 영국행 호송선단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 중서부 유럽 제공권을 확보해 영국을 대륙 침공의 발판으로 삼는 것, 추축국이 장악하고 있는 해안을 점령해 전선을 유럽의 심장부로 옮겨놓는 것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1943년부터 1944년 6~7월 사이에 이 문제들은 모두 해결됐고 연합국은 이를 발판으로 승리를 거뒀다. 역사가뿐 아니라 많은 호사가들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이유’를 꼽으려 한다. 미국의 물량 공세, 처칠 같은 전쟁 영웅들의 활약,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이니그마’를 깨뜨린 정보전의 성과, 육지전에서 독일군을 압도했던 소비에트 연방 ‘붉은 군대’의 ‘티(T)-34’ 탱크 같은 무기의 힘 등이 주로 언급된다. 그러나 미국이란 ‘거대 제국’의 쇠퇴를 다룬 <강대국의 흥망>의 지은이로 유명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에서 “극단적인 단순논리”를 거부하면서 최대한 다원적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적 정황들을 종합해내려 한다. 책은 카사블랑카 회담에서 제기된 전략적 목표가 이뤄지는 배경이 된 2차대전의 다섯가지 주요 국면들을 파고들어간다. 예컨대 신대륙과 영국을 잇는 보급로를 확보하려는 연합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독일이 부딪친 대서양 전선의 상황을 보자. 애초 독일은 ‘유(U)보트’ 함대를 앞세워 시종일관 연합국을 압도했지만, 1943년 3~5월 사이 치러진 대규모 해전에서 연합국은 마침내 독일보다 우위에 선다. 여기엔 유보트의 천적인 폭격기의 항속거리가 대폭 늘어나 대서양 한복판에서도 호송선단을 호위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소형 레이더, 헤지호그 박격포 등 신식 무기들의 등장, 연합군이 펼친 ‘도둑 공격’ 전술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 동부전선에서 독일을 압도하게 된 것 역시 소비에트 붉은 군대의 우수한 정보력이나 제공권 확대, 티-34 탱크와 도하 공병대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지은이는 특히 이전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엔지니어’, 곧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중간 간부들과 문제 해결사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지뢰와 철조망이 설치된 해안을 뚫을 수 있도록 탱크를 개조한 퍼시 호비트 소령, 추진력이 강력한 멀린 엔진을 전투기에 장착한 로니 하커 대위를 비롯해, 소형 레이더 개발에 관여한 수많은 사람들, 해변을 건너고 위험한 해상을 감시했던 병사들이 이룬 성과들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준 시스템과 ‘격려의 문화’를 승리의 주된 요인의 하나로 꼽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영웅들의 이야기
폴 케네디 지음, 김규태·박리라 옮김
21세기북스·2만8000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1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만났다. 이들은 합동참모단과 함께 연합국의 전쟁 목표와 전략을 큰 틀에서 검토했는데, 추축국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선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봤다. 대서양 해로를 장악해 영국행 호송선단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 중서부 유럽 제공권을 확보해 영국을 대륙 침공의 발판으로 삼는 것, 추축국이 장악하고 있는 해안을 점령해 전선을 유럽의 심장부로 옮겨놓는 것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1943년부터 1944년 6~7월 사이에 이 문제들은 모두 해결됐고 연합국은 이를 발판으로 승리를 거뒀다. 역사가뿐 아니라 많은 호사가들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이유’를 꼽으려 한다. 미국의 물량 공세, 처칠 같은 전쟁 영웅들의 활약,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이니그마’를 깨뜨린 정보전의 성과, 육지전에서 독일군을 압도했던 소비에트 연방 ‘붉은 군대’의 ‘티(T)-34’ 탱크 같은 무기의 힘 등이 주로 언급된다. 그러나 미국이란 ‘거대 제국’의 쇠퇴를 다룬 <강대국의 흥망>의 지은이로 유명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에서 “극단적인 단순논리”를 거부하면서 최대한 다원적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적 정황들을 종합해내려 한다. 책은 카사블랑카 회담에서 제기된 전략적 목표가 이뤄지는 배경이 된 2차대전의 다섯가지 주요 국면들을 파고들어간다. 예컨대 신대륙과 영국을 잇는 보급로를 확보하려는 연합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독일이 부딪친 대서양 전선의 상황을 보자. 애초 독일은 ‘유(U)보트’ 함대를 앞세워 시종일관 연합국을 압도했지만, 1943년 3~5월 사이 치러진 대규모 해전에서 연합국은 마침내 독일보다 우위에 선다. 여기엔 유보트의 천적인 폭격기의 항속거리가 대폭 늘어나 대서양 한복판에서도 호송선단을 호위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소형 레이더, 헤지호그 박격포 등 신식 무기들의 등장, 연합군이 펼친 ‘도둑 공격’ 전술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 동부전선에서 독일을 압도하게 된 것 역시 소비에트 붉은 군대의 우수한 정보력이나 제공권 확대, 티-34 탱크와 도하 공병대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지은이는 특히 이전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엔지니어’, 곧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중간 간부들과 문제 해결사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지뢰와 철조망이 설치된 해안을 뚫을 수 있도록 탱크를 개조한 퍼시 호비트 소령, 추진력이 강력한 멀린 엔진을 전투기에 장착한 로니 하커 대위를 비롯해, 소형 레이더 개발에 관여한 수많은 사람들, 해변을 건너고 위험한 해상을 감시했던 병사들이 이룬 성과들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준 시스템과 ‘격려의 문화’를 승리의 주된 요인의 하나로 꼽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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