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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금기의 동화, 현대에 오다

등록 2015-09-10 20:53

잠깐독서
빨간 구두당
구병모 지음/창비·1만2000원

오랫동안 살아남는 옛이야기들은 불안과 ‘금기’를 다룬다. 이야기야말로 금기를 건드려야 하는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아이들은 동화에서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는 금기, 낯선 이와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교훈, 집의 문을 아무에게나 열어줘선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여자아이에겐 더 금기가 많다. ‘빨간 구두’는 허영심을, ‘영리한 엘제’는 지성을, ‘푸른 수염’은 호기심을 가져선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던가. 그 시대에는 그런 금기야말로 가장 먼저 접수해야 하는 생존담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그 ‘금기’ 밑에 억눌린 아랫사람들의 희망이 금처럼 균열한 흔적을 남긴다. 입에서 입을 거쳐도 살아남도록 도왔던 풍부한 상징성 또한 새로운 해석의 문을 열어 준다. 그래서 후대인들에겐 ‘새로운’ 민담과 동화는 언제나 진행형인지도 모르겠다.

<위저드 베이커리>와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의 작가 구병모의 <빨간 구두당>처럼, 낡은 불온의 메시지는 새롭게 태어난다. 흑백 세상에서 빨간 색깔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처형당하는 이야기(빨간 구두당), 동성의 사랑(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권력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이들(카이사르의 순무)과 성냥뿐만 아니라 가슴도 빼앗겨야 하는 성냥팔이 소녀(화갑소녀전)의 이야기가 그렇다. 상상의 일단을 보는 일은 즐겁다. 무엇을 연상할지는 당신의 몫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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