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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명성왕후 시해범, 조선 역사도 살해하다

등록 2015-10-08 20:33

잠깐독서
기쿠치 겐조,
한국사를 유린하다

하지연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

1895년 10월8일 일본은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지휘 아래 ‘여우사냥’ 작전을 펼쳐 명성왕후를 살해했다. 일반적으로 이 작전에 가담한 행동대원들에 대해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아다니는 낭인들’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사실 이들은 <한성신보>의 일본인 사장이 동원한 당시 일본의 최고급 지식인들이었다. 그리고 이들 무리에 포함됐던 기쿠치 겐조라는 인물은 훗날 식민지 조선에서 언론인이자 재야 사학자로 활동하며 ‘조선망국론’을 퍼뜨리는 등 ‘식민사관’의 기틀을 닦게 된다.

역사학자이자 역사 교사인 지은이는 기쿠치 겐조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가 칼뿐 아니라 펜으로도 한국 근대사를 유린한 전체적인 맥락을 드러낸다. 기쿠치는 을미사변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1896년 자신의 첫 한국사 책인 <조선왕국>을 써냈다. 그는 이 책에서 고조선의 역사를 중국인의 이주민사로 풀이하는 등 조선이 단 한번도 독립된 역사를 가진 적 없다고 강조하며 일제의 식민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 뒤 기쿠치는 ‘조선통’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조선망국론’을 강조하는 책을 여러 권 써내는 등 재야사학자로 활약한다. 지은이는 기쿠치의 책과 삶의 궤적에서 한국을 ‘망할 수밖에 없던 나라’라며 식민지배의 책임을 도리어 피해자에게 돌리는 일본 우익의 뿌리 깊은 인식을 찾아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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