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
-‘저 너머’를 향한 대담한 탐험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윤태준 옮김
오월의봄·1만6000원 ‘유동하는 현대’와 같은 독창적인 개념으로 현대성을 탐구해온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70년대에 처음 펴냈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2010년 개정판 번역)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아니라 “갈망해야 할 곳”으로서 생동하는 ‘유토피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자유주의-자본주의를 극복할 유토피아로서 사회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이대로 영속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에 대한 비판 등 70년대 상황으로부터 나온 지은이의 유토피아 이론은 그 뒤로 발전된 ‘현대성’에 대한 천착의 뿌리와 궤적을 엿보게 한다. 지은이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으로서, 현대 사회의 ‘지배문화’가 된 자본주의-자유주의의 ‘반문화’로서 의미가 있다고 제시한다. ‘반문화’란 개념에는 ‘반대’와 함께 ‘연속’이라는 뜻이 담긴다. 부르주아의 유토피아였던 자본주의-자유주의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평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자유’를 앞세웠고, 이는 전근대적인 체제를 무너뜨리는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현대성을 규정하는 지배문화가 되어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촘촘하게 좌우한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자유주의가 제시한 ‘호모 폴리티쿠스’를 넘어, 불평등이 남아 있는 모든 영역으로 평등의 이상을 확장하려는 반문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에 대한 진단과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지은이는 소비에트 실험이 사실상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자본주의-자유주의의 확장이나 부정이 아닌 대체재로서 수용”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적 문화는 이제 현대인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상식’이란 이름의 헤게모니로 작동하는데, 정치권력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필연적으로 약속된 것”이 아닌, 현재에 끊임없이 조응하며 생동할 수 있는 원천으로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저 너머’를 향한 대담한 탐험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윤태준 옮김
오월의봄·1만6000원 ‘유동하는 현대’와 같은 독창적인 개념으로 현대성을 탐구해온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70년대에 처음 펴냈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2010년 개정판 번역)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아니라 “갈망해야 할 곳”으로서 생동하는 ‘유토피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자유주의-자본주의를 극복할 유토피아로서 사회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이대로 영속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에 대한 비판 등 70년대 상황으로부터 나온 지은이의 유토피아 이론은 그 뒤로 발전된 ‘현대성’에 대한 천착의 뿌리와 궤적을 엿보게 한다. 지은이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으로서, 현대 사회의 ‘지배문화’가 된 자본주의-자유주의의 ‘반문화’로서 의미가 있다고 제시한다. ‘반문화’란 개념에는 ‘반대’와 함께 ‘연속’이라는 뜻이 담긴다. 부르주아의 유토피아였던 자본주의-자유주의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평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자유’를 앞세웠고, 이는 전근대적인 체제를 무너뜨리는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현대성을 규정하는 지배문화가 되어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촘촘하게 좌우한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자유주의가 제시한 ‘호모 폴리티쿠스’를 넘어, 불평등이 남아 있는 모든 영역으로 평등의 이상을 확장하려는 반문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에 대한 진단과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지은이는 소비에트 실험이 사실상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자본주의-자유주의의 확장이나 부정이 아닌 대체재로서 수용”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적 문화는 이제 현대인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상식’이란 이름의 헤게모니로 작동하는데, 정치권력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필연적으로 약속된 것”이 아닌, 현재에 끊임없이 조응하며 생동할 수 있는 원천으로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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