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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바람과 물의 길을 찾아서

등록 2016-04-07 20:33수정 2016-04-07 20:33

잠깐독서
한국 자생 풍수의 기원, 도선
최창조 지음/민음사·3만5000원

‘그 좋다는’ 서울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선 게 1992년, 벌써 이십사년 전이다. 그 얼마 뒤 ‘다시 바람과 물의 길에 들어서서’라는 글을 문학 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발표했다. 서구 기원의 근대 지리학과 결별하고 한국 자생의 풍수지리 연구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모든 문화의 원천이 고향 땅 산천의 조화”라는 통찰을 맑고 단아하며 유려하게 풀어내는 문장에 글을 다 읽고도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더랬다.

이후 재야에서 10여권을 쓰고 서너권을 번역하며 바람과 물의 길, 풍수지도를 탐사해온 풍수지리학자 최창조가 새 책 <한국 자생 풍수의 기원, 도선>을 냈다. 맨 앞 저자 일러두기에는 사실상 그동안 해온 작업의 완결판을 낸다는 자부가 묻어난다. “필자의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 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저의 다른 책을 읽으신 독자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책은 한국 풍수의 비조로 인정받는 도선 국사의 삶을 좇으며, 그가 뿌리내린 우리 풍수의 특성을 정리한다. 한국 자생 풍수의 고고학이자 계보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도선의 고향을 답사하고, 방대한 기록을 검증하며, 고려 도읍 개성과 태조 왕건릉 등 도선이 점지한 풍수 ‘명당’을 찾아다닌다. 신라 패망에서 고려 개국까지 개벽에 대한 열망이 도선 풍수 사상의 융성에 깔린 배경이라고 본다. 중국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론 ‘비보’(모자라는 것을 도와서 채움)를 꼽는다. 고려 왕궁 만월대는 비탈을 깎지 않고 돌을 놓아 지었다. 주변 산세가 급한 산록면이라 깎아내고 큰 집을 지으면 산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이다. 이처럼 완벽하게 좋은 땅을 찾는 풍수가 아니라 ‘아픈 땅을 고쳐서 좋은 땅으로 만드는’ 방법론이 도선 풍수에선 도드라진다.

600여쪽에 이름에도 술술 읽히는 문장은 여전한 강점이다. 학술적으로 정치한 설득력을 갖췄다는 느낌이 덜하다는 점은 아쉽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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