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 최소 국가 최대 민주주의를 향한 상상 혁명
김영수 지음/알렙·1만6000원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혀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민은 선거 때에야 잠시 정치와 권력의 주체로 대접받는 듯하지만 사실상 권력의 통치 대상일 뿐이다. ‘과연 이것이 민주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법도 하지만,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과서를 통해 배운 대로 ‘이것이 민주국가’라고 규정한다.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이 되어 있으며, 주기적으로 보통 선거를 실시하는 그 딱딱한 틀 말고는 민주주의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정치를 연구해온 김영수 경상대 사회과학원 학술연구교수는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에서 이처럼 화석처럼 굳어버린 근대 민주주의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현상, 허상, 상상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이를 혁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 지은이는 근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배신했다고 짚는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부르주아 혁명을 거치며, 급기야 신이나 왕, 귀족이 아닌 ‘인민’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민은 도리어 “그 원리와 무관하게 새로운 권력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주체인 ‘국민’이 아니라 계약 상대방인 ‘국가’가 권력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 헌법만 봐도, 제40조부터 제116조까지가 국민을 지배하는 국가 기관에 대한 내용들이라 한다. 지은이는 “헌법의 이름부터 ‘대한민국 헌법’이 아닌 ‘대한국민 헌법’으로 바꾸고, 그 형식과 내용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민주주의의 현상과 허상에 대해 지은이가 제시하는 대안의 방향은 ‘최소 국가, 최대 민주주의’다. 지은이는 ‘인민’과 ‘국민’의 차이를 따져물으며, 사회계약의 주체인 국민은 언제든 국가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권력이 되어버린 국가를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최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상상력’이다. 상상의 힘을 빌려 현실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라는 딱딱한 틀을 훌쩍 뛰어넘어야 민주주의를 실질화하는 혁명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프리카 르완다는 ‘국민 공동체 재판’(가차차) 제도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뽑힌 1000여명이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처럼 국민이 직접 선출한 재판관이 헌법을 재판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3권 분립이 아니라 5권 분립은 왜 안 될까? 선거 때 하나의 후보에만 투표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여러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과거에는 공직자들을 추첨으로 선발했는데, 오늘날에도 ‘추첨제 민주주의’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에 남북한과는 또 다른 제3의 국가를 만들어, ‘평화 주권’을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지은이는 “자기 스스로 국가 권력과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창조하는 힘은 ‘왜?’라는 자기 의문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또 “이러한 질문이 개인의 주관적 경향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산될 때, 새로운 자유와 해방의 시대를 부르는 너와 나의 물음표이자 상상력이 피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최소 국가 최대 민주주의를 향한 상상 혁명
김영수 지음/알렙·1만6000원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혀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민은 선거 때에야 잠시 정치와 권력의 주체로 대접받는 듯하지만 사실상 권력의 통치 대상일 뿐이다. ‘과연 이것이 민주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법도 하지만,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과서를 통해 배운 대로 ‘이것이 민주국가’라고 규정한다.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이 되어 있으며, 주기적으로 보통 선거를 실시하는 그 딱딱한 틀 말고는 민주주의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정치를 연구해온 김영수 경상대 사회과학원 학술연구교수는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에서 이처럼 화석처럼 굳어버린 근대 민주주의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현상, 허상, 상상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이를 혁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 지은이는 근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배신했다고 짚는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부르주아 혁명을 거치며, 급기야 신이나 왕, 귀족이 아닌 ‘인민’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민은 도리어 “그 원리와 무관하게 새로운 권력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주체인 ‘국민’이 아니라 계약 상대방인 ‘국가’가 권력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 헌법만 봐도, 제40조부터 제116조까지가 국민을 지배하는 국가 기관에 대한 내용들이라 한다. 지은이는 “헌법의 이름부터 ‘대한민국 헌법’이 아닌 ‘대한국민 헌법’으로 바꾸고, 그 형식과 내용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민주주의의 현상과 허상에 대해 지은이가 제시하는 대안의 방향은 ‘최소 국가, 최대 민주주의’다. 지은이는 ‘인민’과 ‘국민’의 차이를 따져물으며, 사회계약의 주체인 국민은 언제든 국가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권력이 되어버린 국가를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최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상상력’이다. 상상의 힘을 빌려 현실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라는 딱딱한 틀을 훌쩍 뛰어넘어야 민주주의를 실질화하는 혁명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프리카 르완다는 ‘국민 공동체 재판’(가차차) 제도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뽑힌 1000여명이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처럼 국민이 직접 선출한 재판관이 헌법을 재판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3권 분립이 아니라 5권 분립은 왜 안 될까? 선거 때 하나의 후보에만 투표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여러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과거에는 공직자들을 추첨으로 선발했는데, 오늘날에도 ‘추첨제 민주주의’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에 남북한과는 또 다른 제3의 국가를 만들어, ‘평화 주권’을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지은이는 “자기 스스로 국가 권력과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창조하는 힘은 ‘왜?’라는 자기 의문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또 “이러한 질문이 개인의 주관적 경향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산될 때, 새로운 자유와 해방의 시대를 부르는 너와 나의 물음표이자 상상력이 피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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