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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오래된,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아옌데의 혁명

등록 2016-04-28 20:57수정 2016-04-29 08:19

잠깐독서
살바도르 아옌데
-혁명적 민주주의자

빅터 피게로아 클라크 지음, 정인환 옮김
서해문집·1만5000원

사회주의 정치세력으로서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 칠레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한 군부 쿠데타로 끝내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그의 비극적인 최후와 그 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철권통치’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으나, 정작 아옌데란 인물 자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은 드물었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 빅터 피게로아 클라크의 평전 <살바도르 아옌데: 혁명적 민주주의자>는 그의 사상적 면모와 정치적 활동,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알려준다.

진보적 성향의 정치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난 아옌데는 칠레사회당 창당에 간여하는 등 사회 변혁을 위한 정치 운동에 몸을 던졌다. ‘좌파 연합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받아, 선거로 집권해서 사회주의 혁명을 이뤄낸다’는 것이 아옌데의 일관된 목표였다. 실제로 과거 1938년 급진당, 사회당이 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인민전선’의 이름으로 아귀레 세르다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사례도 있었다. 인민전선 정부에서 보건부 장관을 지냈던 아옌데는 대선에서 두 차례 떨어지면서도 흔들림 없이 이 노선을 추구했고, 끝내 1970년 사회당, 공산당, 기독민주당 일부 등의 연합체인 ‘인민연합’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민연합 정부는 구리산업 국유화, 토지개혁 등 광범위한 개혁 정책을 펼쳤으나, ‘우향우’하는 기독민주당과 사회당 극좌파 세력 등과 갈등을 겪었다. 무엇보다 아옌데와 인민연합을 파국으로 몰아간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사회주의를 막으려는 미국의 노골적인 개입이었다. 그런데도 “칠레 국정 전반을 마비시키고, 민주적 전통을 유린하고, 칠레 군부의 헌정 수호 전통의 토대를 허무는 데 꼬박 3년의 공작이 필요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반제국주의와 참여민주주의, 다원주의와 국가 개조를 통한 사회주의의 실현이 아옌데가 추구한 혁명의 길”이라고 정리한다. 또 신자유주의와 사민주의의 실패 이후 전세계에서 아옌데와 비슷한 목표와 방식을 지닌 정치적 움직임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짚는다. 아옌데의 실패 경험에서 보듯, 혁명적 과정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도 숙제로 제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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