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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설보다 더한 비극…보통 사람들의 문혁 10년

등록 2016-07-21 19:17수정 2016-07-21 19:28

잠깐 독서
백 사람의 십년 - 문화대혁명, 그 집단 열정의 부조리에 대한 증언
펑지차이 지음, 박현숙 옮김/후마니타스·1만7000원

세상의 모든 종이를 주워 남편을 구하려 한 여인의 이야기. 문화혁명 시기 중국에 까막눈 여자가 살았다. 남편은 신혼초 동료 교사의 고발로 감옥에 갔다. 수업시간에 ‘마오쩌둥이 백군에게 쫓겨 도랑 속에 엎드려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중상모략 혐의를 받았다. 남편은 “책에서 봤고, 마오 주석의 남다름을 설명했다”고 해명했으나, 책 제목을 기억하지 못해 8년형을 선고받았다. 여자는 인쇄물을 주워 모아 사람들에게 남편이 말한 내용이 있는지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다 반쯤 미쳤다. 남편의 출소를 반년 앞둔 어느 날, 집에 쌓아둔 종이에 불이 붙었고 여자와 아들은 타 죽었다. 남편은 형기를 마친 뒤에야 군 간부의 도움으로 마오쩌둥을 찬양한 혁명 회고록에서 자기가 말했던 문제의 구절을 찾아냈다.

때로 현실은 소설보다 비극적이다. 특히 정치가 인간을 잊으면, 비극은 개인을 넘어 사회로 확대된다. 중국 정부가 3만4800명이 죽고 70만명 이상이 박해받았다고 공식 발표한 문혁도 그랬다. 까막눈 여자의 이야기는 1976년 사인방 체포로 10년 만에 막을 내린 문혁 실화집 <백 사람의 십년>에 나온다. 문혁 후일담을 주제로 한 ‘상흔 문학 운동’ 작가 펑지차이가 보통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구술 형식으로 담아냈다. 중국 정부는 문혁을 마오쩌둥의 과오로 인정했지만, 그를 공이 더 많은 혁명적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밑바닥 민초들의 진실이 역사적 진실”이라며 ‘인민의 영혼’에 새겨진 상흔을 기록했다. 1986년부터 백 사람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어판에는 열일곱 편이 실렸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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