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마음산책·1만3000원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여자들의 사상>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의 지은이 우에노 지즈코(68) 일본 도쿄대 대학원 명예교수가 2010년에 낸 에세이다. 원제는 ‘싱글의 오후에’.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독신의 오후>(원제: 남성 싱글의 길)에 이은 ‘싱글 시리즈’ 3탄인 셈이다. 사회학자이자 일본 페미니즘의 대모인 지은이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생각은 팔지만 느낌은 팔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맷집 좋은 학자’로 불리는 그의 에너지 발전소는 ‘분노’였다. 느낌 있는 이 책에서 그는 고쳐 말한다. “사람은 분노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느낌을 팝니다>는 결혼·임신·출산을 거부했던 젊은 날부터 현재까지 그가 수집하고 보존해온 지혜의 박물관이다. 늦은 오후의 고요함, 매일의 석양,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제비꽃 향수, 환갑 선물인 빨강 립스틱과 숄…. 아름답고 작고 향기롭고 평범한 것들이 먼저 예찬된다. 자연과 일상의 소품들은 분노(에너지)를 다독였겠지만, 지탱하기도 했을 것이다. 지탱할 데가 있어야 움직일 수도 있으므로. 독신의 대가가 들려주는 싱글 생활법도 실용적이다. 싱글이 아닌 삶에도 유효하다면서 “노후에는 금전보다 친구 부자가 진짜 부자”라고 생생히 조언한다. 그는 60번째 생일날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고 시 읽는 파티를 했다. “가족의 의무에서 해방된 남녀 싱글들이 남녀공학적 친구 교제를 하는 사회”는 그가 그리는 미래다. 못 없이, 홈끼리 이어 짠 가구 같다. 지식을 때려 박는 큰 소리도, 걸리는 것도 없이 단단히 선 글이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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