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까칠한 페미니스트의 ‘느낌 박물관’

등록 2016-12-01 19:31수정 2016-12-01 19:51

잠깐 독서
느낌을 팝니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마음산책·1만3000원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여자들의 사상>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의 지은이 우에노 지즈코(68) 일본 도쿄대 대학원 명예교수가 2010년에 낸 에세이다. 원제는 ‘싱글의 오후에’.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독신의 오후>(원제: 남성 싱글의 길)에 이은 ‘싱글 시리즈’ 3탄인 셈이다.

사회학자이자 일본 페미니즘의 대모인 지은이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생각은 팔지만 느낌은 팔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맷집 좋은 학자’로 불리는 그의 에너지 발전소는 ‘분노’였다. 느낌 있는 이 책에서 그는 고쳐 말한다. “사람은 분노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느낌을 팝니다>는 결혼·임신·출산을 거부했던 젊은 날부터 현재까지 그가 수집하고 보존해온 지혜의 박물관이다. 늦은 오후의 고요함, 매일의 석양,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제비꽃 향수, 환갑 선물인 빨강 립스틱과 숄…. 아름답고 작고 향기롭고 평범한 것들이 먼저 예찬된다. 자연과 일상의 소품들은 분노(에너지)를 다독였겠지만, 지탱하기도 했을 것이다. 지탱할 데가 있어야 움직일 수도 있으므로.

독신의 대가가 들려주는 싱글 생활법도 실용적이다. 싱글이 아닌 삶에도 유효하다면서 “노후에는 금전보다 친구 부자가 진짜 부자”라고 생생히 조언한다. 그는 60번째 생일날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고 시 읽는 파티를 했다. “가족의 의무에서 해방된 남녀 싱글들이 남녀공학적 친구 교제를 하는 사회”는 그가 그리는 미래다.

못 없이, 홈끼리 이어 짠 가구 같다. 지식을 때려 박는 큰 소리도, 걸리는 것도 없이 단단히 선 글이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