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사카이 준코 지음, 민경욱 옮김/아르테·1만5000원 또래 집단이 대체로 출산과 양육을 겪는 30대 후반 무렵이면 비출산자와 출산자 대화 사이에 거대한 강이 흐른다. 꼭 시도 때도 없는 ‘귀여운 아이 자랑’ 때문만은 아니다. “모유수유를 1년 하고 나니 가슴이 처졌어.” “우리 아내도 그래서 스트레스 받아 해.” “요실금이 없는 게 다행이지 뭐.” 출산자들의 뻔뻔한 대화는 성차도 없었다. 모임에 낀 유일한 미혼 남성은 결국 “아악! 그런 얘기 그만해!”하고 절규했다. 이런 대화는 결혼했는데 아이가 없는 여성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실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인데, 여성에게 출산이 훨씬 더 거대한 사회적 강요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에세이스트 사카이 준코는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에서,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 여성의 압박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 놓는다. “늙어서 돌봐줄 자녀가 없으니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모자랐는지, 최근엔 “무능하다”는 비난까지 가세했다. 2014년 제2차 아베 내각의 여성 각료를 소개한 신문 기사를 보면, 아이의 존재 여부 설명이 꼭 따라붙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어머니.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후에야 일을 한다.” 일하는 여성이 “일과 결혼했다”고 말해도 되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 여성 정치인은 아이까지 잘 길러야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 시대라며 그는 한탄한다. “애를 많이 낳은 순으로 공천을 주겠다” “애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가 대통령이 돼서 문제” 따위의 발언이 대놓고 횡행하는 한국을 보면 뭐라고 할까.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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