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남출판사 제공
중도보수 성향의 사회학자로서 꾸준히 사회적 발언을 해온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송 교수는 5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강화도-심행일기>(나남)를 펴냈다고 밝혔다. <강화도>는 1876년 일본의 압력으로 ‘강화도 수호조규’를 맺을 당시 조선의 교섭 대표였던 무신 신헌(1811~88)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신헌이 남긴 ‘심행일기’가 작품의 주된 길잡이가 됐다.
사회학자로서 소설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송 교수는 “대학 시절 김윤식 선생(서울대 명예교수)이 ‘문학을 하겠는가’ 물어본 일을 아직까지 기억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꿈을 오래 품어왔다. 논문과 달리 소설은 사람의 가슴 속에 파고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말과 근대 개화기를 배경으로 삼은 <인민의 탄생>(2011), <시민의 탄생>(2013)을 쓰다보니 당시 무신으로서 위기에 대적했던 신헌이란 인물에 관심이 꽂혔다”고 밝혔다.
소설은 일본의 개항 압력(근대)과 빗장을 단단히 잠궈 이를 거부하기만 하려는 조선의 주류 체제(봉건) 사이에 끼인 ‘경계인’으로서 신헌의 고뇌를 그렸다. 송 교수는 “강화도 수호조규를 두고 ‘불평등 조약’이라 말하지만, 제국의 무력에 노출된 대다수 나라들이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 속에서 신헌은 제국의 압력을 중화시키고 우리나라가 곧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완충’의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밖에서 칼날이 들어오는데 그게 심장에 박히지 않도록 빈손으로 칼날을 잡아 굴절시켰다”는 평가다.
송 교수는 당시의 상황이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위기의 기원이라고 봤다. 최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논란을 사례로 들며, 그는 “한국은 미국·일본과 ‘군사동맹’이고 중국과는 ‘역사동맹’인데, 군사동맹을 위해 사드를 들여온다면 역사동맹을 위해 중국에게 사드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줄 수 있는가, 신헌이라면 어떤 고민을 했을까 등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대선 후보들 가운데에는 그런 ‘완충’ 구실을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남북문제, 국제관계 등에 대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앞으로도 “문사”로서 학문적 글쓰기와 문학적 글쓰기를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설가 김사량(1914~50)에 관심이 많아 그에 대한 소설을 써볼 생각이 있다. 일본, 중국, 남북한을 모두 오간 그의 삶 속에 통일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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