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콩이와 함께 하는 35개국 역사 여행
김유석 지음, 김혜련 그림/틈새책방·1만9000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색깔은 오렌지색이다. 그런데 정작 네덜란드 국기에는 오렌지색이 없다. 어찌된 일일까? 16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억압을 받던 네덜란드는 오라녜 공작 빌럼을 지도자로 삼아 80년 동안 전쟁을 치른 끝에 독립을 일궈냈다. 오라녜는 영어로 오렌지를 뜻하기 때문에 이후 네덜란드는 오렌지색과 푸른색, 하얀색을 쓴 삼색기를 국기로 만들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염색 기술이 별로 좋지 않아 천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이기도 쉽지 않고 정성껏 만들어도 빛이 바래기 일쑤였다. 때문에 오렌지색 대신 빨간색을 쓰게 됐단다.
한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역사 작가 김유석씨가 국기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고, 일러스트레이터 김혜련씨가 귀여운 ‘콩이’ 캐릭터로 풍부한 볼거리를 준다. 35개국의 국기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알찬 세계사 여행을 할 수 있다.
빨간 바탕에 흰 십자가를 담은 스위스 국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지중해와 동서 유럽을 잇는 골목에 위치한 스위스 지역의 ‘칸톤’(주)들은 늘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을 받았다. 이들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위협에 맞서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편을 들었기 때문에 황제가 사용하는 빨간색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나중에 합스부르크 가문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자리를 차지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고 흰색 십자가를 표식으로 삼았다. 자치를 상징하는 빨강 바탕에 동맹을 상징하는 흰 십자가가 담긴 것이다.
아프리카 나라의 국기에는 왜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이 많을까? 이 색깔은 에티오피아의 전통 색깔이다. 아프리카 대부분이 유럽 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 동안 에티오피아만큼은 독립국의 지위를 지켰다. 때문에 나중에 독립하게 된 아프리카 나라들이 여기에 영감을 받아 이 세 가지 색깔을 쓰게 됐다고 한다.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나라 라이베리아는 미국에 노예로 끌려갔다가 해방된 사람들이 새로 일군 나라다. 그래서 라이베리아 국기는 미국 국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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