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고 회피했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모임 지음/북콤마·1만2500원
2015년 8월 활동을 시작해 조사 기한을 다 채우지 못한 채 2016년 9월 강제 종료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조위). 조사관 31명은 세월호특조위가 해산된 뒤 와이엠시에이(YMCA)전국본부가 마련해준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민간인 신분으로 조사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책을 지속적으로 출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외면하고 회피했다>는 그 첫번째 결과물이다.
조사관들은 책 한 권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방대한 세목을 모두 욱여넣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대신 참사 당일 정부의 대응 체계와 행적을 꼼꼼히 정리해 책임 소재를 가려내는 데 집중했다. 참사 당시 국가엔 ‘책무성’이란 개념이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말하는 책무성이란 ‘국가가 재난에 대응할 때 누가 의사 결정에 책임이 있고, 누가 그 결정을 실행했는지, 더 나아가 그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때 시민은 거기에 어떻게 도전할 수 있는지를 시민에게 밝히는 것.’ 사건 발생 직후 ‘행정 집행’을 해야 할 해경,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일관되게 외면하고 회피했다. 정부 책임 주체들의 머릿속엔 ‘책무성’ 대신 ‘보신’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책에는 ‘했어야 했다’로 끝나는 문장이 잦게 나타난다. 참사 당일 각 책임 주체들의 시간별 행적을 비교하면서 ‘누락된 것’과 함께 ‘조처했어야 하는 사항’을 기록해서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은 희생자의 이름만이 아니다. 상부 보고와 부처간 떠넘기기에 매몰돼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을 하지 않았던 이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