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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은 줄곧 ‘패전’을 부인해왔다

등록 2017-07-27 19:05수정 2017-07-27 22:4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국회에서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국회에서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영속패전론-전후 일본의 핵심
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외 옮김/이숲·1만5000원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은 군국주의 시대를 뒤로하고 ‘전후 일본’의 건설에 돌입했다. 그러나 표면적(다테마에)으로라도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악으로 규정한 전후 일본에서조차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속마음(혼네)은 종종 불거져나왔고, 이제는 대놓고 우경화되어가는 모습에 대해 나라 안팎에서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일본의 젊은 비판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사회학자 시라이 사토시(40) 교토세이카대 교수는 ‘영속패전론’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후 일본의 본질적 구조를 새롭게 인식하려고 시도한다. 일본의 보수 지배층은 전후에도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 깊이 굴복하는 한편, 패전 사실은 부인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패배를 부인하는 것은 미국의 지배에 대한 부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미 종속은 철저하게 지키는 한편 국내와 아시아에서만 패전을 부인한다. 이 같은 ‘패배 부인’과 ‘대미 종속’은, 패배를 부인할수록 대미 종속이 심화되고 대미 종속이 심화될수록 패배를 부인하는 상호보완적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지은이가 제시하는 영속패전론의 내용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명백한 ‘패전’을 굳이 ‘종전’으로 바꿔 부른다.

지은이는 일본의 ‘전후’가 ‘평화와 번영’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영속패전론을 핵심 구조로 삼아왔다고 비판한다. 아베 신조의 ‘전후 체제의 탈각’ 주장에서도 이를 읽어낼 수 있다. 지은이는 이 기만적 체제를 ‘모욕’에 비유하며, ‘전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2011년 동일본 재해가 ‘전후’ 체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보고, ‘전후’가 내건 허구적인 신화가 깨어진 이후에도 영속패전론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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