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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디에나 있지만 하나뿐인 청바지

등록 2017-07-27 19:06수정 2017-07-27 19:15

청바지 인류학
다니엘 밀러·소피 우드워드 엮음, 오창현·이하얀·박다정 옮김/눌민·2만1000원

청바지는 세계로 퍼져나간 미국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일주일에 평균 3.2일꼴로 청바지를 입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청바지 인류학>은 인류학자인 다니엘 밀러가 주도한 ‘글로벌 데님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모은 책이다. 인류학자 9명이 청바지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기원과 그 속에 담긴 의미 등 청바지를 다양한 맥락에서 각기 고찰한 글들을 엮었다.

흔히 제임스 딘과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1950년대에 청바지를 미국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연구를 보면, 청바지는 대공황기인 1930년대에 이미 중산층에 의해 미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작업복 수요의 붕괴에 맞서 의류회사들은 중산층에게 ‘개척자’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퍼뜨렸고, 그 결과 청바지는 계층의 경계를 지우며 미국 평등주의를 표상하는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공황이 절정이었을 때 나타난 청바지의 변화무쌍함이 당시 발아 중이던 대중문화 산업과 대중정치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이미지뿐 아니라 청바지 자체가 지닌 속성, 곧 물질적 실체 역시 청바지의 전지구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단지 전세계 사람들이 입기 때문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특수한 가치가 창조, 유지, 경쟁, 굴절되는 매개로 기능할 수 있는 점”이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한편 “인공적인 행위로 가구나 직물 등의 대상을 낡아 보이게 만드는” ‘디스트레싱’ 기법은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요인이 됐다. 또 청바지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즐기면서도 성적 매력과 같이 다양한 미적 기준도 충족하려 하는 등 “개인성의 강력한 지표”로서 청바지의 성격에 대한 분석도 눈에 띈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 편재할 수 있는 전지구성과 각자의 개성에 맞출 수 있는 고유성은, 청바지의 이율배반적 속성을 보여준다. 인류학자들이 청바지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하다. 엮은이인 다니엘 밀러는 “청바지는 현대 세계의 이율배반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그런 이해를 통해 모순과 함께 모순을 통해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수단이자 집단적인 문제의 개인적인 해결 방식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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