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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비트코인은 사기일 뿐인가?

등록 2017-09-21 19:24수정 2017-12-28 16:24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케이시·폴 비냐 지음, 유현재·김지연 옮김/미래의창(2017)

기자가 쓴 책은 반갑다. 모두는 아니지만, 복잡한 내용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며 쉽게 쓴 책을 만날 확률이 높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20년 이상 일한 두 기자가 쓴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이다. 난해한 비트코인을 그 기원부터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초창기 멤버들이 공유한 ‘탈중앙집권’의 이상, 그 가치 변동을 놓고 벌어지는 욕망과 수용, 배척의 과정을 (다소 지루할 정도로) 세밀하게 보여준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비밀스러운 인물이 알고리즘을 설계한 최초의 ‘가상화폐’(crypto currency) 비트코인은 지난 8년간 죽었다 살기를 반복했다. 최근 투자 열풍에 6개월간 5배나 가치가 뛰었지만, 다시 시련의 시간을 맞았다. 월가의 거물인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잘라 말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보다 더 심하다”고도 했다. 각국 정부도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가상화폐를 내걸고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 공개’(ICO)를 금지하고, 비트코인 거래소도 문을 닫게 했다. 비트코인 가치는 최근 며칠 사이 반토막이 났다.

비트코인 외에도 세계에는 1100개의 유사 비트코인(알트코인)이 나올 만큼 가상화폐 붐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신만의 블록체인 기술을 내걸고 수백억원을 모금하는 가상화폐공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가상화폐가 화폐로 통용될 리는 없으므로 상당수 투자자는 돈을 날릴 것이다. 그래서 가상화폐에 돈이 쏠리는 게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투기는 새로운 화폐의 탄생과 그 기술적 잠재력에 대한 세상의 믿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닷컴만 붙으면 수백, 수천억이 몰리던 90년대 말의 인터넷 투자 열풍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처럼 기술 발달의 역사에서 투기는 촉진제이기도 했다.

사실, 본디 화폐가 뭔지를 생각해 본다면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쓰는 돈은 별다른 내재가치가 없지만, 중앙은행(정부)이 부여한 권위와 신뢰 때문에 화폐로 유통된다. 그 가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고, 가치척도·저장 같은 기능을 적절히 해낸다면 화폐가 된다.

물론,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2100만 코인으로 제한된데다, 이를 갖고 은행이 신용창출을 하기도 어려워 경제에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마운트곡스라는 거래소가 당했던 것처럼 해킹을 완벽히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교환과 송금만 가능하던 비트코인에 계약기능을 추가한 ‘이더리움’이 나오는 등 가상화폐 기술은 경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혁신’인 것은 중앙은행이나 거대 금융기관같이 권력을 가진 중간조직을 배제하고 개인 간에 분산된 네트워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상통화의 미래는 이를 끊임없이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아예 배제하려는 힘과의 밀고 당김이기도 하다. 그 줄다리기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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