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 편집위원회/문화과학사·1만8000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몰락은 우리 사회 보수 또는 우익 세력의 길에 어떤 영향을 줄까. 막강했던 우익 정치세력이 분열하고 쭈그러든 것은 맞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최근 발행된 계간 <문화과학> 가을호는 ‘한국 우익의 형성’을 특집 주제로 삼았다. 먼저 황병주 역사문제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해방 이후 우익정치의 계보학과 주체 형성’이란 글에서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생명)와 ‘호모 포시덴스’(소유적 인간)란 열쇳말로 우리나라 우익의 계보를 정리한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좌익 세력이 정치공간에서 배제된 뒤 보수우익 독점의 정치체제가 줄곧 이어져왔고, 그런 독점 아래에서 일정한 주체의 재생산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고 지적한다. “공적 영역의 정치가 ‘호모 사케르’(빨갱이)를 소실점으로 하여 폐색되었다”면, 사적 영역의 돈 벌 자유는 소유적 욕망으로 자본주의라는 정글을 헤쳐가야 할 ‘호모 포시덴스’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시장과 광장의 주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광장’ 모퉁이 어딘가에는 우리 모두의 우익적 형상이 어른거릴지 모른다.” 보수양당 체제 속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되새겨야 할, 우리 사회 내 우익정치의 구조적인 영향력을 되새긴다. 김정인 춘천교육대 교수는 한때 ‘뉴라이트’를 주도했던, 과거 주체사상파 운동권이었던 ‘전향386’ 세력을 통해 우리 사회 우익의 지형을 분석했다. ‘친북’ 프레임은 “전향우익이 뉴라이트로 정치세력화하면서 전향하지 않은 옛 동지인 386이 차지하고 있는 권력을 공격하고 탈환하기 위해 휘두른 사상 검증의 무기”였다. 이는 2012년 대선 때 ‘종북’ 프레임으로 거듭났고, 박근혜 정부 시기 통합진보당 해산 등 종북몰이의 광풍이 불었다. 김정인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종북 프레임이 힘을 잃게 됐고, 끝내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면서 뉴라이트와 전향우익이 분화됐다고 본다. 권력 상실 뒤 전향우익이 과거의 무기였던 종북 프레임을 버리고, 되레 이를 뒤집어 보수 내부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향우익 인사들이 포함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을 ‘종북몰이 극우정당’이라 비판하고 해산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 움직임이다.
지난 7월9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 ‘바른광장’에서 바른정당이 연 ‘종북몰이 보수 청산 토론회'에 나온 하태경 최고위원은 “종북 극좌 정당인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듯, 종북몰이 극우 정당인 한국당도 해산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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