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슈퍼엘리트 스토리텔러 신화 비판
니콜 애쇼프 지음, 황성원 옮김/펜타그램·1만5000원 여기, 사람들을 매혹시킬만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4명이 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 언론계 유력 인사인 오프라 윈프리, 게이츠재단 설립자 빌과 멀린다 게이츠.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인 샌드버그는 여성에게 ‘권력 쟁취’를 격려하는 ‘성공한 여성’의 대표적 인물이다. 세계 최대 유기농 자연식품 판매점 홀푸드의 최고경영자인 매키는 이른바 ‘생태 경영’ 철학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윈프리에겐 가난한 흑인 여자아이에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된 성공 신화가 있다. 게이츠 부부는 세계 최고의 부자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기부자다. 미국의 급진주의 매체 ‘자코뱅’의 편집주간 니콜 애쇼프는 이들을 “자본주의의 선지자”라고 평가한다. 물론 가차없는 비판이다. 그가 볼 때 이들은 “기존의 사회적 권력관계와 이윤에 의해 추동되는 축적 구조(자본주의)를 강화하고, 그 힘을 더욱 보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샌드버그는 “기업의 정글짐에 오르는 것을 젠더 불평등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감춘다. ‘착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매키의 메시지는 환경을 짓밟는 기업과 시장의 어두움을 은폐한다. 노력하기만 하면 사회·문화 자본을 거머쥘 수 있다는 윈프리의 이야기는 불평등이 만연한 정치·경제·사회적 구조를 가린다. 게이츠 부부는 ‘박애 자본주의’를 앞세우지만, 모든 영역의 자본주의 시장화와 비민주적 메커니즘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에 착안해 이런 비판들을 수행한다는 점이 새롭다. “선지자들의 이야기는 강력하고,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장악하고 있다.” 급진주의 인사답게 지은이는 이런 이야기에 단호히 맞서야 하며,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이야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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