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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청년 동주’와 만나는 북간도의 ‘별헤는 밤’

등록 2017-12-25 18:21수정 2017-12-25 21:40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 맞아
29일부터 삶·문학 기리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테마여행
한·중·일 참가자들 어우러져
노래 시낭송·집담회 등 문화행사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 누군가 벽에 걸린 칠판에 ‘청소당번 문익환, 지각생 윤동주’라고 장난스러운 글귀들을 써놓았다(위 사진). 아래는 생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 누군가 벽에 걸린 칠판에 ‘청소당번 문익환, 지각생 윤동주’라고 장난스러운 글귀들을 써놓았다(위 사진). 아래는 생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시인 윤동주(1917~1945)는 우리에게 ‘민족시인’으로 불리지만, 그의 의미는 한 나라의 울타리 안에만 갇히지 않는다. 엄혹한 식민통치 아래에서 북간도와 한반도, 일본을 오가며 27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보냈지만,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보편적이고 위대한 ‘시의 마음’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윤동주 탄생 100년을 맞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오는 29일부터 1월2일까지 시인의 고향 길림성 용정시 명동촌 일대를 돌아보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인의 길을 찾아―청년 동주를 만나다’ 제목의 테마여행을 떠난다. 윤동주는 조선인들이 일궈낸 삶의 터전인 이곳 명동촌에서 태어나 15살까지 살았으며, 이후 더 큰 배움을 위해 평양으로, 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바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고향은 그에게 정신의 보금자리였다. 여행단은 윤 시인의 생가와 명동교회, 용정의 대성중학과 용두레 우물 등을 둘러보고 인근에 있는 그의 묘소를 찾을 계획이다.

30일에는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백하의 한 호텔에서 윤동주의 시대와 삶을 기리는 집담회와 시낭송, 음악 공연이 함께하는 행사 ‘윤동주와 그의 시대’가 열린다. 12월30일은 바로 시인의 생일이니, 그의 100살 생일을 기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수복 단국대 부총장과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한국), 오경준 <중학생> 주필과 허국철 용정중학교 교사(중국), 이나이 아야 전 <아사히> 기자와 요시카타 베키 서울대 선임연구원(일본) 등 한·중·일 3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윤동주 삶과 문학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집담회에 앞서 박진범 <한국방송>(KBS) 피디가 한국방송 다큐멘터리인 ‘불멸의 청년, 윤동주’의 편집본을 상영하고, 집담회 뒤에 가수 홍순관(한국)·이정미(일본)의 노래와 시 낭송 등이 이어지는 등 풍성한 문화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윤동주가 해방을 반년 앞둔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을 때, 이 비운의 젊은 시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윤동주는 “독립의식의 앙양을 꾀했다”며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송몽규, 고희욱과 함께 일제 경찰에 체포되었으며, 징역 2년의 선고를 받고 복역하던 중에 원인 모를 병으로 옥사했다. 유골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되돌아온 시인은 용정의 동산에 있는 중앙교회 묘지에 묻혔다. 윤동주의 삶과 그의 문학 세계는 그의 친구 정병욱, 강처중 등의 노력에 힘입어 해방 뒤 널리 알려졌고, 이미 세상을 떠난 그는 ‘민족시인’으로 새로운 이름과 삶을 얻었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과거사를 줄곧 외면해온 일본에서도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이 만들어지는 등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소수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한국 현대시를 일본에 소개해온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가 <한글로의 여행>(1986)이란 에세이집에 ‘비운의 청년 시인, 윤동주’란 글을 실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노력은 이번 행사에 오는 일본인 참가자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노리코의 에세이집을 통해 윤동주를 알게 됐다는 이나이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올해 일본에서도 영화 <동주>가 개봉되어 호평을 받았다”고 전한다. 요시카타 베키 서울대 선임연구원은 집담회에서 ‘일본인이 본 동주’란 제목으로 윤동주가 일본에 알려지게 된 과정과 탄생 100년을 맞은 최근의 동향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다른 참가자들의 면면에서도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은 ‘윤동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집담회 사회를 맡은 류시경 성공회 신부는 윤동주가 재학했던 일본 릿쿄대학 교목으로 일할 때 ‘릿쿄 윤동주 추모회’를 창립한 바 있다. 김수복 단국대 부총장은 <별의 노래―윤동주의 삶과 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란 저작을 낸 문인들이다. 중국 쪽 참가자인 오경준 주필은 중국조선족중학생 윤동주문학상 백일장 운영위원회장을 맡고 있고, 용정중학교(옛 대성중학교) 국어 교사인 허국철씨는 연변 윤동주 시낭송회의 회장이다. 박진범 피디는 2015년 다큐멘터리 ‘불멸의 청년, 윤동주’를 만든 바 있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생명·평화·통일 등을 주제로 공연해온 가수 홍순관과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위한 공연을 펼쳐온 재일한국인 2세인 가수·작곡가 이정미는 윤동주 시 ‘십자가’, ‘서시’ 등에 곡을 붙이는 등 윤동주의 정신에 교감해온 예술가들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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