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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일상이 철학이었던 철학자들

등록 2017-12-28 19:18수정 2017-12-28 19:29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사라 베이크웰 지음, 조영 옮김/이론과실천·3만8000원

1946년 1월 <타임>은 ‘철학자 사르트르. 졸도하는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함께 기사를 게재했다. 스타 연예인 못지않은 철학자 사르트르의 인기와 실존주의 철학의 유행을 조명한 것이다. 추상적인 주제에 몰두하던 이전의 철학 사조와 달리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사르트르와 실존주의는 기존의 철학자들과 기성세대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고, 동전의 양면처럼 청년들에게는 일종의 반문화나 하위문화처럼 열광과 지지를 얻어냈다. “1940년대 중반부터, ‘실존주의자’는 자유연애를 즐기고 재즈에 맞춰 춤을 추며 밤을 새우며 노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책은 실존주의의 탄생과 발전, 이론적 투쟁과정과 현대 문화에 미친 영향들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주요 철학자들의 삶을 따라가며 소개한다.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란 파리 몽파르나스 거리의 벡드가즈 바에서 살구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사회와 역사, 연애에 이르기까지 분방하게 수다를 떨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레이몽 아롱이다.

지은이는 레이몽 아롱이 베를린에서 배운 당대의 신학문 현상학 이야기를 실존주의의 태동이 시작된 순간으로 묘사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에피소드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드라마틱해서 마치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가 실존주의 자체보다 실존주의자들의 소소하거나 열정적인 대화와 일상, 다툼 등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지 흥미를 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삶과 철학은 하나이며 동일하다”고 한 사르트르의 말처럼 그들의 삶이 곧 그들의 철학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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