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칠 지음/추수밭·1만6000원 가톨릭교회의 성인이자 중세 기독교 최대의 신학자로 꼽히는 토마스 아퀴나스도 한 때는 ‘이단’이었다. 죽은 지 3년째였던 1277년 파리와 옥스퍼드에서 그의 주요 이론들이 이단으로 단죄당했고, 1286년에도 옥스퍼드에서 다시 이단 판정을 받았다. 1323년에야 그는 이단 혐의를 온전히 벗고 다시 가톨릭교회의 성인으로 시성됐다. 그 뒤 그의 사상은 가톨릭교회의 ‘정통’으로 자리잡았다. 서양 중세철학을 연구하는 유대칠 오캄연구소장은 자신의 책 <신성한 모독자> 서문에서 이처럼 ‘이단’과 ‘정통’을 오간 아퀴나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를 꺼낸다. 이들뿐 아니라 많은 선구적 사상가들이 한때에는 이단으로 취급받았다. 지은이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단의 외침 없이 정통의 역사는 존립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이단의 길을 걸었던 인물들을 다시 돌이켜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시대가 거부한 지성사의 지명수배자” 13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상이 되는 시기는 서구의 중세 1000년을 지나 근대 초기에 이른다. 흔히 생각하듯 중세는 신의 지배와 인간의 복종만 있었던 ‘암흑기’가 아니라, 이단으로 단죄되는 것을 무릅쓰고 사상으로 사상에 도전했던 인물들이 수놓았던 시기였다. 지은이가 꼽은 ‘신성모독자’ 13명의 명단은 에리우게나(810?~877)처럼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들부터 이븐 시나(980~1037), 이븐 루시드(1126~1198) 같은 이슬람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 스피노자(1632~1677) 등을 아우르는데, 그들이 어떤 생각 때문에 이단으로 몰렸는지, 이단으로서의 삶이 어떠했는지 등 핵심을 꼭꼭 눌러담았다.
1195년 재판을 받는 이븐 루시드의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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