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아타루 지음, 김경원 옮김/여문책·1만7000원 폭력혁명은 혁명의 한 형태일 뿐이며, 텍스트를 읽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 그리는 등 기예의 열매 모두가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자.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 치열한 무력을> <야전과 영원> 등을 통해 한국에도 열렬한 팬층을 일군 일본 작가 사사키 아타루의 ‘아날렉타’ 두 번째 권이다. 비평서와 소설을 주로 쓰는 그는 대담, 강연, 수필 등을 모아 ‘따로 얻은 것’ 정도를 뜻하는 라틴어 아날렉타라는 이름을 붙여 시리즈로 묶고 있다. 뜨겁게 매혹하는 문장력이 여전한 <이 나날의 돌림노래>는 두 줄기로 나눌 수 있다. 텍스트의 혁명성을 강조하는 본류가 크게 흐르고, 음악이라는 지류가 분출하듯 넘쳐흐른다. 종교개혁, 프랑스혁명 등 역사를 바꾼 혁명들의 바탕에서 ‘지독한 문해’의 시간을 밝혀내온 사사키는 이 책에서 언어의 지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언어의 고유한 무늬는 “소리다. 그림이다. 의미다. 그리고 언어는 흐름이다. 선의 흐름이기 때문에 회화일 수 있다. 몸 전체로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춤이다. 즉 언어의 예술은 그 하나만으로 이미 ‘종합예술’이다.” 음악 중에선 주변 혹은 저류에서 태어난 힙합, 재즈를 주로 다룬다. 즉흥이 생명인 장르들. 정해진 악보가 없다는 점에서 독창적으로 틀리기, 아름답게 실패하기가 관건인 세계. 그런 즉흥은 숱한 착오를, 무한한 연습을 거쳐 “높은 수준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창조적 파격이다. 사사키는 ‘패배하는 기쁨’ 주의자다. 세르반테스, 스탕달, 스위프트, 샤넬…. 지금뿐인, 즉흥뿐인 삶에서 파격을 만든 이들 역시 그러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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