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뼈마다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등록 2018-07-05 19:39수정 2018-07-05 19:58

뉴욕 검시관의 하루
주디 멜리네크·T. J. 미첼 지음, 정윤희 옮김/골든타임·1만5000원

‘죽음’이 끝이 아닌 시작인 사람의 이야기. 뉴욕주 검시관으로 일했던 지은이가 2년간 262구의 주검을 부검하며 직접 보고 겪었던 일상을 기록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탓에 검시관이라고 하면 차가운 부검대와 멋진 가운, 살인사건 현장 조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책은 화려한 드라마 속 거품을 철저히 걷어내고, 검시관들의 실제 생활과 다양한 죽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원제가 ‘노가다’(Working Stiff)일 만도 하다. 지은이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부검의로 임신 중에 재판정에 출석하여 살인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게으른 형사들과 다투고, 참혹한 주검을 부검하는 일상을 솔직한 어조로 거침없이 적어내려간다. “뼈 하나하나마다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지은이의 말마따나 살인, 사고, 자살, 전염병 등 그가 맞닥뜨린 주검들은 죽음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전문적으로 죽음을 파헤치지만 죽음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지은이는 “매일 죽은 자들을 마주하고 시신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1년 지은이가 뉴욕에 온 지 9주 만에 겪게 된 9·11테러에 대한 기록은 특히 인상적이다. 당시 검시관들에게 내려진 임무는 “되도록 많은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형태도 알아보기 힘든 수많은 주검들이 밀려드는 혼란과 충격 속에서 지은이는 필사적으로 ‘삶’의 흔적과 징후를 찾으려 노력한다. 검시관들이 단지 부검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죽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란 그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