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편저, 윤병언 옮김/아르테·8만원 (서양) 철학의 역사를 집대성하고자 하는 야심찬 기획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이며 소설가라는 다채로운 직함을 지닌 움베르토 에코(1932~2016) 역시 생전에 볼로냐대 동료 교수인 철학자 리카르도 페드리가와 함께 철학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전문가 83명이 참여한 이 기획은 2014~2015년 고대·중세와 근대, 현대로 나뉘어 총 3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1권 고대·중세편이 먼저 번역돼 나왔다. ’철학과 그 이야기(La filosofia e le sue storie)’라는 원제목에는 이 책이 다른 철학사책들과 차별화하려는 지점이 좀 더 뚜렷이 보인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철학은 왜 필요한 것인가를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서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야기책을 읽는 즐거움으로 900쪽의 두께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하나의 철학적 주제나 질문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시대를 풍미한 철학자나 철학적 질문들 주변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을 두루 살피면서 맥락과 의미로 나아간다. 이를테면 고대 철학자들의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을 섬기면서 동시에 전쟁을 일삼고, 자유인뿐 아니라 노예제가 존재했던 시대에 그들이 살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플라톤 철학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후대 철학자들이 플라톤의 질문에 시도했던 답변들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주요 장의 뒤에는 ‘고대 그리스인의 일상의 삶’, ‘고대인들의 지식 보존과 백과사전’, ’한 (중세)경구의 역사’,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 등 주제를 확장시키면서 흥미를 자극하는 지식 정보들이 부록으로 담겨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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