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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폭압 뚫고 정의 꽃피운 사제들의 기록

등록 2018-09-06 19:59수정 2018-09-06 20:39

이땅에 정의를-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
한인섭 대담/창비·3만5000원

”예수님 도와주십시오. 용기를 갖게 해주십시오. 비굴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떳떳하게, 당당하게 하도록 해주십시오.”

함세웅 신부는 화살처럼 하느님께 빨리 가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화살기도’라고 이름붙인 짧은 기도를 반복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고 시시각각 무자비해지는 유신정권의 폭압에 맞서기 위해 사제들이 숨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1974년 당시 그와 동료 사제들은 화살기도로 엄습하는 두려움을 떨쳐내며 모임을 결성했다.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조작 폭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진상 규명 등 민주화의 중요한 고비마다 그 역할을 다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출발점이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현 한국형사연구원장)와 함세웅 신부가 2013년 초부터 여름까지 6개월간 나눈 대담집. 평범하고 유순한 꼬마가 성실한 신학교 학생을 거쳐 ‘정의’라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제로 성장해온 일대기를 들려주는 회고록이면서 함세웅 신부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한국 현대사다. 특히 지학순 주교 구속을 계기로 정의구현사제단이 창립되기까지의 극적인 과정과 1987년 5월18일 명동성당에서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고문치사의 진상 조작을 알리는 성명서를 낭독하기까지의 긴박했던 순간들에 대한 회고가 인상적이다.

생생한 기억과 더불어 두려운 순간을 피하고 싶었던 인간적인 고뇌, 그 고뇌를 떨치게 만든 단단한 신앙의 힘을 수사나 치장 없이 풀어놓는 함 신부의 고백이 큰 울림을 준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한배를 탔지만 때로 갈등하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김수환 추기경과의 관계를 진솔하게 털어놓은 에피소드도 눈길을 붙잡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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