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외 4명 지음/메디치·1만3000원 55년 만에 여성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캐나다 학자 도나 스트리클런드가 수상할 때까지 정교수가 아닌 부교수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과학계가 여전히 여성들에게 높은 문턱을 제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경영 쪽도 여성에게 유난히 인색한 사회 분야 중 하나다. 과학기술로 여성 경영자가 된다는 건 남보다 두 배 힘든 장애물 경주를 뛰는 선수들과도 같다. 태아의 탯줄에 있는 혈액인 제대혈 속 줄기세포를 활용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 암호학에 매료돼 정보보안 기술 기업을 창업한 테르텐의 이영 대표, 과학을 전공한 뒤 연구원, 과학 기자를 거쳐 과학전시 전문가로 진로를 확장한 더쉐이크크리에이티브 곽수진 대표, 의사 출신 1호 벤처캐피털리스트 문여정 인터베스트 이사, 여성 엔지니어를 꿈꾸다 진로를 바꿔 대기업 마케터, 기자 등을 거쳐 여성 과학인재 발굴과 지원을 돕는 소셜벤처 ‘걸스 로봇’을 만든 이진주 대표는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관문을 통과해 한국사회에서 벤처기업가로 자리잡은 인물들이다. 이 책은 이 다섯 사람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 벤처기업가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의사나 엔지니어, 기자 등 다양한 분야 출신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분투한 이 여성들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우선 ‘안 봐도 비디오’인 ‘여성’ 기업가로서의 힘겨움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긍정적 성격 덕일 수도 있지만 과학경영자의 미래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배려로 보이기도 한다. 또 당연할 수 있지만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들은 모두 여성의 비율이 다른 기업보다 훨씬 높다. 미래의 여성창업가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이유는 이처럼 여럿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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