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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기존 성 배치 바뀐 헨델, 피카소, 사포

등록 2018-11-16 06:02수정 2018-11-16 20:12

예술과 거짓말
지넷 윈터슨 지음, 김선형 옮김/뮤진트리·1만5000원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건 자기희생이 여성이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이라고 교육받은 여자들이다. 그 여자들은 희생을 했다. 자발적이었던 경우도 많다. 그리고 여전히 오지 않는 축복을 기다린다. 그녀들은 기다리지만 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암 전문의 헨델은 말한다. 음악가 헨델? 물론 아니다. “의사, 여성을 숭배하는 자, 음악을 사랑하는 자, 동정, 사상가, 바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헨델은 성적 정체성이 모호한 인물이다. 또 하나의 주요 인물인 피카소는 더 놀라운 반전이다. 왕성한 창작력과 여성편력을 자랑했던 화가 피카소는 이 작품에서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가족과 절연해 사는 여성화가의 이름이다. 이처럼 등장인물들은 기존의 성 배치를 바꾸는 ‘젠더 스와프’를 구현한다. 여기에 추가되는 또 한명의 주요 인물은 동성애자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 여성 시인 사포다. 이 작품에서 사포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십대 때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깨달은 작가의 페르소나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장르를 상징하는 세 화자가 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근미래의 런던에서 각자 살던 도시를 떠나 같은 열차에 탑승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셋은 ‘어느 창녀의 철저하고 정직한 회고록’이라는 책 속 책을 매개로 서로에게 가까이 가게 된다.

이 책은 통상적인 소설의 스토리 구성을 벗어나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면서 작가의 사유를 분방하게 펼쳐놓는다. 성과 페미니즘뿐 아니라, 예술과 철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숨가쁘게 광대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해체된 이야기 속에서 쏟아지는 질문과 도발적인 문장들은 소설이 출간된 1994년 영국 평단에서 극과 극의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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