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지음/한겨레출판·1만3800원 정여울 작가의 ‘중년 예찬’ 에세이. 상처가 곪는 대신 어떻게 단단한 옹이로서 회복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작가. 치유와 성장, 관계, 여행, 예술을 글감 삼아 문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문장가의 솜씨가 이 책에서도 여실하다. 40대를 통과 중인 저자의 받침점은 ‘가장 나다움’이다. 자유. 사회생활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나를 잃지 않겠다는 배포, 불편한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콤플렉스를 미워하는 대신 받아들이는 여유, 더 이상 칭찬받지 않아도 상관없는 자족. 이런 힘들을 저자는 마흔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선물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내면의 힘이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니다. 더 단단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한 긴 시행착오가 기록된 이 책은 그래서 통절하다. 젊은 날의 불안은 거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깊어질 때만 줄어드는 불안을 독자는 추체험할 수 있다. 바닥을 가늠하지 못하면 옆으로 아무리 넓어져도 늘 불안하기 마련이다. 저자의 ‘마흔 살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배움이다. 새로움.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환경 때문에, 가지지 못한 모든 것들 때문에 몸 사리고, 주저하고, 망설였던 모든 시간들이 아깝지도 않니.” 미룰 것도 거창할 것도 없다. 고전에 능한 노스승과 순댓국 앞에서 ‘향연’을 연다. 첼로를 배우면서 양손잡이가 된 변화, 그림을 배우면서는 색상과 형태를 훨씬 풍부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된 변화…. “자신을 새롭게 재생시킬 수 있다면, 삶은 ‘고통스러운 노화’가 아니라 이 세계와 총체적인 교감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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