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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향기+추리 ‘케미’ 진동하는 생소한 조합

등록 2018-12-21 06:01수정 2018-12-21 20:17

[책과 생각] 잠깐독서

페로몬 부티크
강지영 지음/씨네21북스·1만4800원

기억을 쫓는 자와 체취를 쫓는 자의 ‘케미’ 진동하는 공조. <페로몬 부티크>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후각을 매개로 미스터리, 로맨스, 액션수사물이 조합된 독특한 장편소설이다. 마성의 캐릭터와 기발한 트릭을 내세워 추리소설과 판타지를 아울러온 강지영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한 동명 웹소설이 책으로 묶였다. 웹소설과 다른 결말, 더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차이점. 소설 속 공간과 캐릭터의 표정·움직임이 이미지로 눈앞에 나타나는 듯 생생한 묘사력은 그대로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수사 팀장 ‘두현’은 천재 조향사 ‘타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뛰어난 후각을 지닌 타신은 희미한 냄새의 흔적만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추리할 수 있는 인물.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후각을 동원하는 설정은 묘사의 현장감, 현재성을 추구하는 지은이의 장기와 맞아떨어진다. 시력을 포함한 모든 감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기능이 떨어지지만 후각은 다르다. 후각 세포는 주기적으로 다시 생성된다. 게다가 향기 분자는 직접 체내로 들어온다. 그래서 향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에 그 무엇보다 바짝 다가설 수 있다. 다른 감각이 아닌 후각이 살 떨리는 사건들을 훑을 때 독자의 전율이 커지는 이유일 것이다.

로맨스는 잔향처럼 가볍다. 살해당한 애인의 ‘그날’을 파헤치는 ‘재경’과 두현, 타신의 감정선 역시 후각적으로 그려진다. 살인자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처럼, 막막한 시간에도 사랑은 가능한가. 소설은 함께 자문자답해준다. 타신을 넘어서는 ‘평범한 인물들’의 쨍한 활약은 갈수록 하이라이트.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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