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 지음/창비·1만800원 부모의 이혼 결정에 화가 나 집을 뛰쳐나온 열두살 호진이의 자전거 여행을 그린 창작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후속편이 나왔다. 꼭 십년 만이다. 물론 그 사이 호진이가 쑥 자란 건 아니고 1권에서 11박12일의 전국 일주를 마치고 돌아와 엄마 아빠를 부산까지의 자전거 여행으로 끌어들인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부산에서 삼촌의 도움을 받아 짜장면 배달을 하며 기다린 엄마 아빠는 기대를 깨고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다른 일행들은 둘이 가족인지도 몰랐을 정도다. 오르막의 힘겨움을 같이 하고 내리막의 시원함을 나누면서 엄마 아빠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길 바랐던 호진은 망연자실한다. 이미 시작된 2학기와 밀린 학원 수업들로 서울행을 강권하는 엄마와 아빠의 성화를 물리치고 호진은 서울까지의 자전거 여행을 한번 더 제안한다. 반대하는 부모에 대한 유인책은 호진이가 짜장면 배달로 모은 돈으로 여행의 비용을 전부 대겠다는 약속. <불량한 자전거 여행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건들, 페달을 밟으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단함을 엮는 여행 문학의 틀을 유지한다. 1편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호진과 엄마 아빠의 역할 바꿈이 이야기의 흥미를 돋운다. 자신이 번 돈으로 빠듯한 여행 예산을 짠 호진이는 덥다고 쉴 때마다 콜라, 커피 등 주전부리를 사달라고 하는 엄마 아빠의 요구에 골치가 아프다. 끼니 때마다 서로 다른 걸 먹자는 엄마 아빠의 실랑이를 조정하는 것도 호진이 몫. 아이와 어른의 위치가 바뀐 듯한 경험을 하면서 호진이는 삶의 무게라는 걸 느껴보고 엄마도 아빠도 상처받는 인간이라는 걸 깨달아간다. 때로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지만 엄마 아빠가 결국 헤어질까 두려움에 떠는 ‘꼬마’는 여전히 호진이의 마음 속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느껴지는 땀내와 상쾌한 바람, 눈앞에 펼쳐지듯 묘사되는 아름다운 풍경은 2편에서도 반짝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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