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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 모두의 서재’ 도서관에 담긴 꿈

등록 2019-05-10 06:02수정 2019-05-10 19:44

도서관 여행하는 법
임윤희 지음/유유·1만원

지름길에는 절약의 미학이 담겼다. 반면 샛길에는 헤매는 즐거움이 있다. 대여할 책의 청구번호를 뽑아 들고도, 종종 옆에 꽂힌 다른 책에 마음을 뺏기고 샛길로 새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도서관 여행자’로서의 여권은 이미 챙긴 셈이다. 스스로를 ‘도서관 덕후’라고 부르는 지은이 임윤희가 꿈꾸는 도서관은 “답을 찾는 다채로운 과정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가느다란 가능성을 일상에서 품을 수 있게 해주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었나? 20여년 전부터 ‘생선 가게 지나치지 못하는 고양이마냥’ 도서관을 기웃거려 왔다는 지은이는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가 전 세계 다양한 도서관을 여행하고 한국의 도서관들을 살피며 차곡차곡 정리한 느낌들은 우리가 놓쳤던 도서관의 존재를 다시 새기는 과정 같다.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내부의 ‘리빙룸’. 시애틀시는 1998년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임윤희, 유유출판사 제공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내부의 ‘리빙룸’. 시애틀시는 1998년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임윤희, 유유출판사 제공
집 뒤뜰에서 발견한 열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달려가는 곳, 노숙자 이용자를 위한 샤워시설을 갖춰놓은 곳,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 책’이 아이들에게 각 나라의 말로 이름을 써주는 곳. “100명 중 99명을 위해서만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1명을 위해서도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북미 도서관의 공공성은 어쩌면 도서관이란 공간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일본 도쿄도 다마미술대학 하치오지 캠퍼스 도서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나 프리츠커상, 왕립 영국건축가협회 금메달, 황금컴퍼스상 등 세계적인 건축상을 연이어 받은 건축가 이토 도요의 작품이다. 사진 임윤희, 유유출판사 제공
일본 도쿄도 다마미술대학 하치오지 캠퍼스 도서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나 프리츠커상, 왕립 영국건축가협회 금메달, 황금컴퍼스상 등 세계적인 건축상을 연이어 받은 건축가 이토 도요의 작품이다. 사진 임윤희, 유유출판사 제공
건축이나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의 공간’이라는 점은 국내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때 도서관은 많은 실직자의 업무 공간이었고, 최근에는 취업준비생과 은퇴자들의 서재가 되는 곳이다. 에어컨 없이 지내기 힘든 여름에는 극심한 더위를 견디는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이 세상 누구도 나를 환대해 주지 않는 것만 같을 때 들를 수 있는 곳”이자 “무언가를 빌려주더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와 공유를 바탕으로 한 도서관”은 지은이의 말처럼 “참 신기한 곳”이다.

책은 해외 공공도서관의 속살을 촘촘히 소개하는 한편, 국내 도서관의 현실과 고민도 함께 담았다. 사람과 책을 연결해주는 지식의 내비게이션인 사서의 역할이 국내에서는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식당 메뉴판까지 모아둬 “무서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는 샌프란시스코 공공도서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건물 안이 책들로 가득한 파주출판단지 ‘지혜의 숲’에 사서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놀라운 한편 안타깝기까지 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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