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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지음/글항아리·1만9800원 인공지능 기술발전이 산업과 사회시스템에 끼치는 영향도 지대하지만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철학자 김진석은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 능력을 고양하려는 시도가 결국엔 인간을 잉여의 존재로 만드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똑똑한 기계에 의존하고 위임하는 영역이 늘어남에 따라 ‘비인간 행위주체’는 근대 이후 형성된 인간주의-자유주의-합리주의의 전제를 뒤흔든다. 인간만을 의식과 이성의 주체로 여기고 구성된 인간의 자의식, 사회체계는 유지될 수 없다. 인간중심주의에서 탈인간으로 가는 포스트휴먼 상황은 필연이다. “우리가 어떤 포스트휴먼이 되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저자는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과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가져와 인공지능이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과 환경이 된 상황을 설명하고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근대적 개인이 불가능해졌음을 역설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촘촘하게 연결되고 통제된 환경에서 철저하게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따라 작동하는 ‘비자율적 존재’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과 로봇만이 아니라 사람과 앞으로 등장할 사이보그 또한 사회시스템이자 네트워크의 일부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인간은 더 많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개인화 과정을 추구하며 똑똑하고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냈지만 역설적으로 복잡한 거대시스템에 의존하는 종속적 존재가 되었고, 인간 잉여의 상황에 직면했다. 강한 인공지능의 공포가 등장하기 한참 전이지만 이미 인간은 점점 더 독립성과 개별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게 만든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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