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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영국 병원 응급실의 ‘웃픈’ 성탄 당직 이야기

등록 2019-12-20 06:01수정 2019-12-20 20:09

응급실의 크리스마스
애덤 케이 지음, 우진하 옮김/ 문학사상·1만3800원

2004년 12월25일 영국의 한 병원. 의사 애덤 케이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내장 기관들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더 이상의 치료는 불필요하며 결국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환자의 가족들은 슬픔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때, 경박스러운 전자음이 진료실의 고요를 깼다. 의사가 이벤트용으로 맨 ‘루돌프 멜로디 넥타이’가 잘못 눌려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온 것이다. 당황한 의사는 진료실을 박차고 나갔고, 사과를 하기 위해 돌아왔을 땐 이미 환자의 가족 모두가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아무리 나쁜 소식이라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응급실의 크리스마스>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애덤 케이가 의사로 일‘했’던(현재는 그만뒀다) 7년 동안 여섯 번 ‘성탄 당직’을 서며 겪은 ‘웃픈’ 일화를 담은 책이다. 온 세상이 기쁨과 축복으로 떠들썩한 크리스마스에, 죽음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응급실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건지 저자는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희극 사이 비극도 빼꼼 고개를 내민다. 심장병을 앓는 산모를 살리기 위해서이지만 15주 된 태아를 ‘긁어내고 빨아들일 때’, 크리스마스 특별 외출을 허가하자 급격히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는 환자를 바라볼 때, 반대로 성탄휴가를 가기 위해 아프지도 않은 노부모를 억지로 병원에 입원시키는 사람들을 볼 때 애덤 케이의 문장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의사의 비정한 태도에 상처받았거나 성탄 당직을 서 본 사람,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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