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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파리에서 건네 온 따뜻하고 단단한 밥상의 사유

등록 2020-03-20 05:00수정 2020-03-20 09:38

밥상의 말: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목수정 지음/책밥상·1만5800원

“밥은 먹었니?” 한국의 대다수 엄마들이, 나이와 상관 없이, 하는 말이다. 다이어트가 미덕이고 소식(小食)이 권장되는 지금도 그렇다. ‘밥심’(밥을 먹고 생기는 힘)이란 말도 어엿한 표준어다. 밥이 뭐길래?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작가 목수정의 신간 <밥상의 말>은 어릴적 ‘밥’에 대한 추억에서부터, ‘밥’을 둘러싼 노동과 음식문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과 생태·환경에 대한 고민까지 아우른 에세이집이다.

저서와 번역서가 10권이 넘는 그도 엄마이자 주부다. “365일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 레알 삼식이”들과 사는 지은이에게 “요리는 노동의 시기적 한정성이 없다는 면에서 출산·육아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가사노동”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절반은 부엌이란 공간에서의 노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리매김할 것인가,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며 이 작은 공간을 어떻게 가동할까에 대한 부단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삶의 구체성을 알게 해주는 건 집안일”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세상 부의 대부분은 남자들 손아귀에 있으나 노숙자의 대다수도 남자인 사실, 미국의 대통령을 연임한 버락 오바마가 딸의 생일파티에 쓸 과자 봉지 하나를 사지 못하는 현실도 삶의 구체성에 대한 밀착도와 관련이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류의 육식 행태에 남긴 경고, 유전자 조작 곡물이 유발하는 자폐증, 건강한 식생활과 보편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생각도 결국 생명의 조화에 가닿는다. 그렇게 일상 생활에서 길어올린 사유가 작가의 섬세한 감성, 선명한 정치의식과 만나면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울림을 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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