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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울하고 힘이 들 때 그냥 옆에 있어줄게

등록 2020-05-01 06:00수정 2020-05-01 12:28

사자도 가끔은…

허아성 글·그림/길벗어린이·1만3000원

책표지를 보면 사자의 한없이 슬픈 표정에 움찔하게 된다. 말 한마디 붙이면 와락 울음보가 터질 것 같다. 그렇다. 동물의 왕 사자도 가끔은 우울할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다.

그림책 <사자도 가끔은…>은 걱정과 고민으로 우울함에 빠진 이들과 그 옆에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울상이 된 사자에게 친구가 다가간다. 친구는 무슨 일인지,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위로도 해주고 싶다. 사자도 그런 친구가 신경이 쓰인다. 참을 수 없이 애매한 이 순간, 필요한 건 기다림이다. 멋있는 사자가 아니라고 실망해서도 안 된다. 사자가 말을 꺼낸다면 조심해야 한다. ‘힘내’ 같은 말은 안된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마주쳐 줘.” 사자가 엉엉 울어 버린다면? 울어도 괜찮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쓱쓱 쓰다듬어 주거나, 그냥 옆에 있어 주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사자’와 ‘친구’의 위치를 수시로 오갔던 무수한 경험이 저절로 떠오른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는 잘 실천하지 못하는 ‘위로의 법칙’도 떠오른다. 어른들도 살면서 항상 쩔쩔매는 일인데, 아이들이 ‘우울한 감정’ 또는 ‘우울한 친구’라는 낯선 상황에 맞닥뜨리면 막막하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책을 읽은 뒤 아이와 함께 일상과 친구 관계 등을 ‘사자’와 ‘친구’에 번갈아 대입해보며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듯싶다. 수시로 변하는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자연스레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깜깜한 터널을 지나온 사자와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 서로에게 기대던 둘은 이제 뚜벅뚜벅 앞으로 걷고, 번개처럼 달린다. 책 마지막 장에서 석양을 함께 바라보는 사자와 친구는 분명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좀 더 성숙하고, 단단해졌을 테니까. 4살 이상.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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