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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국회의 룰’ 얼마나 알고 있나요

등록 2020-05-29 06:01수정 2020-05-29 09:24

16년차 국회 보좌관 박선민의 ‘국회 사용 설명서’
입법과 의안 심의 등 정치 현장 속속들이 보여줘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박선민 지음/후마니타스·1만9000원

제20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린다. 지난 4년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만4141건이었는데 이 중 62.2%에 이르는 1만5014건이 폐기된다. 법안처리율은 역대 가장 낮았던 19대 국회의 41.7%에도 못 미치는 37.8%에 그쳤다. 이에 여야는 30일 시작되는 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두번 본 장면이 아닌 듯 기시감이 느껴진다.

일 안 하는 국회, 세금만 축내는 국회, 싸우기만 하는 국회. 부정적인 수식어를 독차지한 국회는 어떤 곳일까. 제대로 된 국회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좋은 정치를 위한 국회 사용 설명서>는 ‘정치의 현장’인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16년간 국회에서 일했고 보건복지와 노동 등의 분야에서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박선민 보좌관이 21대 국회에서 처음 의회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의회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이 책은 그동안 국회가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고 삶의 변화를 일으킨 사례를 보여준다. 일례로 정부는 2019년 9월부터 만 7살 미만 모든 아동에게 아동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018년 9월 아동수당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적용 범위가 만 6살 미만의 일부 아동(소득·재산 기준 하위 90%)에 그쳤다. 하지만 제도 도입 과정은 험난했다. 지은이는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한 아동수당에 관한 법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소득과 자산 조사 없이 ‘모든’ 아동에게 수당을 주는 것은 과도한 재정지출이며 대중 영합주의라는 반응이었다”라며 “아동 수당의 보편적 도입은 20대 국회에서 이뤄낸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16년차 국회 보좌관 박선민씨는 “정당들이 표출한 사회적 갈등을 잘 관리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16년차 국회 보좌관 박선민씨는 “정당들이 표출한 사회적 갈등을 잘 관리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7대 국회부터 보좌관으로 일했던 지은이는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상해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한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깨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양손으로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고집 센 염소 두 마리를 끌고, 한 걸음마다 고뇌를 딛고 가는 일”이라고.

정치 최일선에서 일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보좌관의 열악한 노동도 이야기한다. 보좌관은 노동을 하지만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공무원이지만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다. 지은이는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지만 보좌관 임기는 ‘국회의원 마음대로’다. 국회의원 직인이 찍힌 면직 요청서 한 장이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오로지 선출직 정치인의 손에 생사 여부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보좌관 직급도 성별화 되어 있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보좌직 여성 공무원 현황을 보면 2020년 2월 기준 여성은 전체 2357명 중에서 723명으로 30.7%에 머문다. 직급 통계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서 8급, 9급은 각각 61.7%, 60.1%지만 5급은 21.4%, 4급은 8.5%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국회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도 읽을거리다. 2015년 말, 이자스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초코바를 먹은 것이 국회법 제148조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본회의장에는 생수 반입까지 제한하지만 상임위원회 회의장에는 생수 반입이 가능하고 소위원회 회의장에는 간식까지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정알못’(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국회 사용 설명서로 유용하다. 국회의 역할, 정당의 필요성, 입법 과정, 의안 심사 과정, 상임위원회 구성, 예산편성과 심사 과정 등 정치 전반에 관한 내용을 두루 담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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