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이자 문명비평가로 100권이 넘는 저술 활동을 해온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가 30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3.
1927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방 뒤 고향 나주로 돌아와 수학 교사를 10년가량 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어번 대학에서 석사를 딴 뒤 캐나다 앨버타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69년 한양대 수학과 교수로 부임해 93년 퇴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을 했다. 고인은 70년대 후반부터 수학사 연구에 매진해 1983년 한국수학사학회를 만들어 이끌었다. 고인이 가장 자랑스러워 한 저술도 <한국 수학사>(1977)였다.
80년대부터는 연구 영역을 역사로 넓혀 한국과 일본을 비교문화적으로 분석했다. 1988년 출간한 <일본의 몰락>은 90년대 일본 버블 경제의 붕괴를 예측해 화제가 됐다. 그는 한·일 고대사를 독학해 일본 건국의 모태가 한국이며 일왕의 뿌리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인의 장남 호중(한양대 의대 명예교수) 씨는 지난 30일 <연합뉴스>에 부친이 지난해부터 폐암으로 투병하며 마지막 저서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맥스미디어, 5월 25일 출간)를 썼으며 지난 22일 책을 받아본 뒤 정신을 잃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재작년에도 21세기 역사를 ‘대국에 대한 소국의 역습’으로 규정한 <역사의 역습>이란 책을 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지금은 패권 국가의 헤게모니가 한계에 도달한 인류 문명사의 한 분기점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유족으로 아들 호중·희중(한의사), 딸 영숙(청주대 예술대 명예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일 오전 7시30분이다. (02)2258-5940.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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