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소영 글·그림/글로연·1만7000원
62년 만에 최고로 더운 6월이란다. 지난 23일 서울의 낮 기온은 35.4도를 기록했다. 불볕더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요즘,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있다. 이른 더위와 함께 장마도 시작되면서 여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여름,>은 낮이 길고 더운 여름의 풍경을 담고 계절의 특징과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2014년 <그림자 너머>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 박람회인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소영 작가가 쓰고 그렸다.
여름을 지나는 지금 읽기 딱 좋은 이 책은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선사한다. 무더위 속에 갇히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여름을 느끼면 그제야 보이는 것이 있다. “잠시 멈추라고 여름은 더웠고, 눈을 살포시 감아 보라고 여름 해는 뜨거웠으며, 들어와 쉬라고 여름 나무는 무성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여름의 더위는 조금 더 천천히 걷고 힘들면 쉬어가라는 계절의 신호라는 얘기다.
화려한 수채화풍의 그림에 여름의 장면을 풍성하게 담았다.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느라 검붉어진 얼굴은 “온몸으로 들어온 여름의 색”이고,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는 “하늘과 땅을 잇는 선”이다. 한여름의 비바람을 맞고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익어가는 복숭아는 달콤한 여름의 선물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여름 안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매미를 잡는 아이, 수박을 먹는 사람,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들,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파라솔 아래 앉은 연인들, 공놀이하는 사람들. 책에 그려진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면 누구나 “하나 둘씩 다시 솟아난 기억”인 여름 추억을 꺼내게 될 터다. 그런 만큼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봐도 좋을 듯싶다.
섬세한 책의 만듦새도 눈길을 끈다. 김성미 북디자이너는 글의 문장부호에만 붉은색을 입혔다. 검은색의 글자에 생동감을 주고 여름의 더위를 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승현 편집자는 여름이 주는 휴식과 계절의 이어짐을 나타내려고 책 제목에 쉼표를 넣었다. 180도 펼침 제본 방식으로 제작해 그림이 접힌 부분이 없다. 덕분에 한 장 한 장 펼칠 때마다 여름의 그림이 온전히 펼쳐진다. 전 연령.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그림 글로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