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소리가 말했어
오승한 글, 이은이 그림(인형제작)/바람의아이들·1만5000원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한데 어우러지며 의미를 가진다. 자음과 모음이 끊임없이 만나며 음절이 태어나고, 이는 단어로, 문장으로, 하나의 언어로 성장한다.
<엄마소리가 말했어>는 자음과 모음의 다양한 조합을 아이와 양육자의 관계에 빗댄 책이다. 자음을 ‘아이소리’, 모음을 ‘엄마소리’라고 이름 붙이고, ㄱ부터 ㅎ까지 14개 아이소리가 말하면 엄마소리가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니은이 말했어. 난 내가 싫어. 나는 맨날 혼만 나. ‘네 탓이야’, ‘너무해’, ‘네가 그랬지?’”(아이소리) “남달리 너그럽고 남과 잘 나누는 니은아 힘내렴. 네가 있어야 내가 있어. 너 없이는 나도 없지. 누구보다 날 닮은 널 사랑해.”(엄마소리)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떼를 쓰고, 불평불만에 빠지고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그럴 때마다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내고, 위로하고, 격려할 수밖에 없다. ‘ㅈ 아이소리’가 “난 정말 내가 싫어. 왜 내가 들어간 말은 좋은 말이 없지? ‘지쳤어, 지겨워, 지루해, 지저분해’”라고 푸념하면 엄마소리는 “지읒이 있어 즐겁고 지식과 지혜가 있고 진실과 진리를 알 수 있지. 다 잘될 거야. 잘 자, 자장자장”이라고 아이소리의 등을 토닥이는 것처럼. “괜찮아”라는 말은 필수다. “하하 웃다가 혼나면 흑흑… 난 너무 변덕쟁이 같아”라고 고개 숙인 아이소리에게 엄마소리는 “누구나 마음은 이리저리 흔들리지. 괜찮아”라고 안아준다. 자음과 모음의 다양한 조합이 언어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솔직한 감정 표현과 공감·위로·격려가 끊임없이 교차하다 보면 아이와 양육자 사이는 더 단단하고 안정된 관계로 성장할 것이다. 그림 대신 헝겊 인형으로 엄마소리의 메시지를 시각화한 것이 눈에 띄는데, 헝겊의 질감이 책 전반에 흐르는 온기에 따뜻함을 더한다.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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