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봉곤의 단편 ‘그런 생활’에 자신이 김봉곤 작가와 나눈 문자 대화가 무단 전재되었다는 항의가 제기되었다.
자신을 “문학 전공자이자 출판편집자로 10년간 이 업계에 몸담아 왔다”고 밝힌 ㄱ씨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이 ‘그런 생활’에 나오는 ‘C 누나’라고 소개한 뒤, 이 인물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 ‘봉곤’과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는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며 작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가 했던 많은 대화 중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그대로 쓴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제가 변호사를 선임한 다음에야 김봉곤 작가는 원고를 수정했으나, 원고 수정 사실을 공지해 달라는 제 요청은 지금까지도 무시당하고 있다. 문학동네에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를 요청했으나, 문학동네는 ‘심사위원들은 심사 결과에 영향이 없다는 데에 일치된 의견’이라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런 생활’은 <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에 처음 발표되었고 지난 5월 초에 발간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수록된 작품이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지난 4월 초에 발행된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도 수록되었다.
ㄱ씨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봉곤 작가가) 소설에 누나 실명 안 나오고 편집해서 쓰겠다고 해 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나 보다 생각했다. 소설 원고를 보고 카톡 내용을 그대로 써서 불쾌하다 하고 수정을 요구했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소설에 그대로 담기면서 사생활 침해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 사람들은 소설 속 C 누나가 나란 걸 다 알 정도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봉곤 작가는 같은 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카톡 대화 중에서 인용된 부분은 제가 편집하고 발췌하고 재조합하기도 했다”며 “처음 소설 원고를 보여주고 대화를 나누었을 때는 항의의 뉘앙스가 아니고 소설적 조언에 가까워서 명확한 수정 요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이에 앞서 11일 오후 트위터에 의견문을 올려, “원고가 게재되기 전 검토를 요청했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수차례 사과했으며, 수정 요청을 즉각 이행했다”고 밝혔다. 출판사 문학동네도 13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젊은작가상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부분을 새로 고쳐 쓴 원고를 보내 심사 결과에 영향이 있을지 판단을 구했고, 심사위원들은 해당 내용이 전체 작품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수상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봉곤 작가와 함께 올해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 김초엽이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사자와 합의 없이 그대로 실은 대화문으로 피해를 본 한 사람이 실존하는데도 이렇게 사과 없이 무대응하는 출판사와 작가분을,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일부 문단 사람들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히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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