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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기는 원래부터 고기가 아니었다

등록 2020-07-24 05:01

동물 기계

루스 해리슨 지음, 강정미 옮김/에이도스·2만원

“병아리들은 그들의 짧은 생애 중 마지막 4주를 어둠 속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죽기 전까지 병아리들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임무는 살찌는 것이었다.”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이자 작가인 루스 해리슨(1920∼2000)이 쓴 <동물 기계>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고발한 고전이다. 1964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과 불안을 느끼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동물복지의 기틀을 세웠다.

지은이는 영국의 돼지농장, 양계장, 도축장 등을 직접 찾아 자신이 목격한 농장동물의 모습을 생생히 전한다. 환기 시설이 없고 시설 내부 온도가 26℃ 이상 유지되는 ‘사우나 양돈장’ 속 돼지들, 가로세로 30㎝도 안 되는 비좁은 철창 우리인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1년에 수백 개씩 달걀을 낳는 닭들의 사육 장면을 묘사한다. 좁은 사육장의 기둥 사이에 목이 끼어 고통스러워 하는 송아지, 서로 뒤엉켜 있는 돼지들, 충격을 받아 기절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닭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간략하게 보는 새로운 공장식 축산’ 챕터는 충격적이다.

56년 전 농장동물의 현실은 오늘날과도 연결된다. 아무런 자극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나고 자라 약물을 투여받고 살다가 고기가 되는 동물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등 ‘동물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다.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서 말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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