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 러너: 단지 달렸을 뿐인데 삶이 빛난다
안병식 지음/디스커버리미디어·1만6500원
시시각각 변하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달리기는 정해진 트랙을 뛰는 일과 완전히 다른 경험일지도 모른다. 아스팔트를 뛰다가, 산과 초원, 바닷가 모래 위를 달리는 사람을 알게 된 뒤 든 생각이다. 오래달리기를 싫어했던 그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서 문득 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뛰고 또 뛰다 보니 어느덧 알프스 산맥, 산티아고 순례길, 사하라 사막, 그리고 북극과 남극까지 달리게 됐다.
<트레일 러너>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한 남자가 달리기에 도전하고 좌절한 끝에 성취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트레일 러닝’은 오솔길과 달리기의 합성어. 아스팔트를 달리는 마라토너와 다르게 ‘트레일 러너’는 등산로, 산길, 초원 등 자연의 길을 뛴다. 지은이 안병식은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이 당신을 트레일 러닝으로 이끌 것”이라고 이 스포츠의 매력을 말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트레일 러너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때 그는 몸이 허약했고, 100일 내내 술을 마시다 병들기도 했다. 트레일 러닝이 평범했던 그의 삶을 바꾸어 놓은 셈. “숲의 향기, 새들의 지저귐… 돌과 흙을 밟고, 매 순간 풍경이 바뀌므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달렸을 뿐인데 예전보다 더 행복해졌다.” 그가 밝힌 트레일 러닝의 매력이다.
발 딛는 곳 어디나 뛰는 곳이 된다. 동네 산책길, 집 근처 작은 산 모두 트레일 러닝의 공간이다. 기록에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달리다 숨이 차면 걸으면 된다. 여행하듯 운동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트레일 러닝은 좋은 선택지가 될 듯싶다. 책에서는 고비사막 마라톤, 히말라야 레이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레이스 등 세계 곳곳을 뛴 지은이의 달리기 이력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